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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아케이드 게임 속 인기 캐릭터들이 되살아난다 <픽셀>
송경원 2015-07-22

2010년 유튜브를 달군 페트릭 장 감독의 단편 <픽셀>은 새로운 영상에 목마른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고전 아케이드 게임 속 캐릭터들이 화면 밖으로 빠져나와 온 세상을 픽셀로 바꾸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린 이 단편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순간의 쾌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장편으로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한줄 아이디어와 2분30초의 짧은 이미지로는 충분히 매혹적일 수 있지만 서사에 따라 한없이 진부해질 수도 있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크리스 콜럼버스의 <픽셀>은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1982년 나사(NASA)는 인류 문화를 담은 타임캡슐을 우주로 쏘아올린다. 그중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아케이드 게임도 있었다. 오락실을 주름잡던 샘(애덤 샌들러)과 친구 윌(케빈 제임스)은 아케이드 챔피언 대회에 출전하지만 샘이 자칭 ‘불꽃 싸다구’ 에디(피터 딘클리지)에게 패배하며 최강의 자리에 오르진 못한다. 시간이 흘러 캡슐 속 아케이드 게임을 선전포고로 오해한 외계인들의 지구 침공이 시작된다. 아케이드 게임 캐릭터 모습을 한 외계인들은 ‘갤러그’, ‘벽돌게임’, ‘팩맨’ 등 게임의 룰대로 지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대통령이 된 윌은 외계인에 대항하기 위해 왕년의 게임고수 샘과 에디, 러드로우(조시 게드)를 불러모은다.

<픽셀>은 재치 넘치던 단편의 확장판이라기보다는 애덤 샌들러 코미디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강점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난한 서사에 있다고 하지만 그게 전부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영화는 루저 취급을 받는 오락실 고수들이 지구를 구한다는 단조로운 스토리를 그저 완수할 뿐 새로운 상상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 보인다. 애덤 샌들러 주연의 여느 영화에서 반복했던 패턴을 한치의 어긋남 없이 답습하는데 때로는 그게 목적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다소 무리한 전개나 허술한 설정은 대충 뭉개고 넘어가면서도 장황한 코미디는 빼먹지 않고 늘어놓는다. 추억의 아케이드 게임 속 인기 캐릭터들이 실사영화 속에 되살아난 것이 반갑고, 영상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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