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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당신의 여름을 영화와 함께
김보연 2015-07-29

서울아트시네마 시네바캉스 서울, 7월30일부터 한 달 동안

<나는 결백하다>

올해로 벌써 열 번째 시네바캉스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7월28일(화)부터 8월30일(일)까지 ‘열 번째 휴가: 2015 시네바캉스 서울’을 진행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나는 결백하다>, 잉마르 베리만의 <모니카와의 여름> 등 총 17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알랭 카발리에 회고전’(공동주최 대안영상문화연구소 아이공)과 ‘작가를 만나다: 영화라는 모험’(공동주최 한국영상자료원)도 함께 열린다. 영화사의 고전은 물론, 최근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동시대 프랑스 감독의 영화와 한국 감독들의 대표작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이번 상영작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영화는 복원을 통해 최적의 상태를 되찾은 작품들이다. 먼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호금전의 <협녀>(1971) 복원판은 필름의 흠집 제거와 바랜 색감을 되살리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주인공들의 창백한 얼굴빛과 누런 색감의 대나무숲으로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가장 반가워할 작품이다. 리들리 스콧의 대표작이자 SF 고전인 <에이리언>(1979)과 <블레이드 러너>(1982)도 각각 ‘감독판’, ‘파이널 컷’ 버전으로 상영된다. 거의 모든 영화에 ‘감독판’ 버전을 따로 내놓는 리들리 스콧에게도 이 두 작품은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개봉 후 20여년간 이런저런 다양한 버전이 만들어지던 와중에 감독이 직접 참여해 최종 버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은 편집에 있어 개봉 버전과 차이가 많이 나니 이번 기회에 꼭 관람할 것을 권한다. 또한 프랭크 카프라의 <잃어버린 지평선>(1937),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혁명 전야>(1964)와 같은 영화사의 주요작들도 디지털 작업을 거친 선명한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모니카와의 여름>

더불어 주목해야 할 영화는 거장들의 비교적 덜 알려진 보석 같은 작품들이다. 국내에는 ‘교수와 미녀’로 알려진 하워드 혹스의 <볼 오브 파이어>(1941)를 보자. 게리 쿠퍼와 바버라 스탠윅이 출연하는 이 스크루볼 코미디영화는 하워드 혹스의 인물 관계 설정과 그 인물들을 이용한 미장센 연출이 얼마나 탁월한지 거의 매 순간 느끼게 한다. 열명이 넘는 사람들을 프레임에 가득 채운 채 쉬지 않고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솜씨는 그 리듬만으로도 호흡을 가쁘게 만들 정도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리고 로버트 알트먼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 중 하나인 <뽀빠이>(1980)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로빈 윌리엄스의 첫 영화 주연작이기에 의미가 더욱 남다른 작품이다. 소위 ‘매끈한’ 진행을 보여주는 대신 어딘가 이상한 등장인물들을 대거 출연시켜 시끌벅적한 난장판을 벌이는 이 영화는 로버트 알트먼의 색다른 면모를 뒤늦게 알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마스무라 야스조의 <치인의 사랑>(1967)이다. 마스무라 야스조의 영화이니 그 기괴함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그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주로 와카오 아야코와 함께 발표했던 처절한 분위기의 멜로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빚어낸 이 코미디영화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넘어 자신만의 질서를 세우는 감독 특유의 힘을 강렬히 느끼게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영화들이 포진해 있으니 이번 여름에 볼 영화들의 목록을 정리할 때 ‘2015 시네바캉스 서울’을 한번 검색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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