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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 <위로공단>
이주현 2015-08-12

“울고 짜고 해봐야 소용 있나요, 막노동판에라도 나가봐야죠. 불쌍한 언니는 어떡하나요. 오늘도 철야명단 올렸겠지요.” 김민기의 곡 <야근>이 흐르고 영화가 시작된다. “생지옥 같은” 일터에서 몸 상하고 마음 상해가며 일했던 1970~80년대 여성 노동자들이 당시의 노동 환경을 증언한다. 1978년 동일 방직 똥물 투척 사건, 1985년 구로동맹 파업 같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의 역사가 따라 길어올려진다. 똥물 투척 사건을 사진으로 남긴 사진사는 “그때 그 아가씨들처럼 순수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여태 못 봤다”고 말한다. 똥물을 뒤집어쓴 순수한 얼굴의 10대 여공들의 바람은 아프게도 “나도 나이키를 신고 싶다”였다. 삼성반도체 공장의 여성 노동자, “미적 노동”을 강요받는 항공사 승무원, 수시로 언어폭력에 노출된 콜센터 노동자 등 ‘여성’이면서 ‘노동자’인 오늘날의 그녀들도 울음을 참아가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의 어머니, 나의 여동생, 나의 언니, 나의 누나 혹은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목소리다.

떨어진 꽃잎, 줄맞춰 걸어가는 일개미, 가발공장의 마네킹, 하늘을 뒤덮은 새떼, 눈가린 소녀 등 <위로공단>은 임흥순 감독의 전작 <비념>(2012)이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의 빈틈을 직간접적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이미지의 연쇄로 가득한 다큐멘터리다. 미술가 출신 감독의 장기는 일상의 풍경을 채집하고 배치하고 전시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시각 이미지가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확성기를 달아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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