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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힙합은 없는데 힙합이 팔리네

MC메타 feat. 최삼 <쇼미더힙합>

며칠 전 대안언론 <뉴스타파>에서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그것은 고발 다큐멘터리도, 데일리 뉴스도 아니었다. 바로 ‘힙합 뮤직비디오’였다. 실상은 이렇다. <뉴스타파>가 힙합 그룹 가리온의 멤버인 MC메타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Mnet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로 인한 여러 논란에 대해 랩으로 ‘설파’해주기를 부탁한 것이다. MC메타는 이에 응했고, 여성 래퍼 최삼과 함께 <쇼미더힙합>이라는 음악/영상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

<쇼미더힙합>에서 볼 수 있는 MC메타의 가사는 꽤 날카롭다. 자질구레한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핵심이 드러나게 가사를 썼다. 덕분에 메시지가 명료하게 머릿속에 들어오는 한편 랩의 리듬과 플로가 선사하는 재미 역시 잃지 않았다. “쇼미더머니, 쇼미더머니, 쇼미더머니가 부풀린 머리/ 흔들며 걷지, 가분수 머리, 어슬렁거리며 한껏 돈벌이/ 허슬링 허슬링 늘어난 벌이, 오해와 곡해가 거슬리더니/ 힙합은 없는데 힙합이 팔리네, 힙합이 난린데 힙합은 아니래.” 아, 참고로 국정원, 세월호, 4대강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다.

물론 ‘60년대 미국 흑인 사회에서 약자와 소외된 자의 울분을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언어로 표현하면서’ 힙합이 태동했다는 <뉴스타파>의 설명에는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다. 틀린 말이라는 게 아니다. 그러나 힙합의 시작이 꼭 ‘저항’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여러 자료의 존재가 걸린다. 하지만 말장난 같지만 힙합의 전부가 저항은 아니더라도, 다른 음악과 구별되는 힙합의 가장 강력한 특성 중 하나가 ‘사회비판적’ 메시지임은 맞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뉴스타파>와 MC메타의 ‘콜라보’는 확실히 반갑다.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