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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기업 하이네켄의 회장 '미스터 하이네켄'을 납치하다 <미스터 하이네켄>
김보연 2015-09-09

1982년의 암스테르담, 돈도 직업도 없이 방황하던 젊은이들이 역사에 남을 대담한 범죄를 저지른다. 바로 맥주 기업 하이네켄의 회장인 ‘미스터 하이네켄’ (앤서니 홉킨스)을 납치하기로 한 것이다. 윌렘(샘 워딩턴)과 코 반 하우트(짐 스터게스)를 중심으로 한 일당은 치밀한 작전을 세워 납치에 성공한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인 몸값을 받는 과정에서 계획은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하이네켄 역시 의외로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교묘한 말재주로 일당의 분열을 유도한다.

스웨덴의 다니엘 알프레손 감독이 만든 <미스터 하이네켄>은 실제 인물의 납치라는 소재가 먼저 흥미를 끄는 작품이다. 그리고 감독은 범죄 과정을 빠른 리듬으로 밀도 있게 묘사하며 중반부까지 장르적 긴장을 한껏 끌어올린다. 나아가 범죄자 일당과 하이네켄 사이의 계급적 긴장까지 포착하며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당시 유럽 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스케치까지 제공한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거침없이 앞으로 달리던 이야기가 후반부로 접어들며 갑자기 옆길로 샌다는 것이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니 정해진 결말을 바꿀 수는 없었겠지만 그 과정에서 감독은 공들여 쌓아올린 이야기의 긴장과 주인공들의 매력을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 돈과 우정에 대한 불필요한 사족까지 달며 싱겁게 영화를 마무리해버린다. 그런 맥락에서 <미스터 하이네켄>은 납치가 얼마나 성공하기 어려운지 알려주는 교훈극으로는 유용할지 몰라도 본격적인 범죄물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실망을 안길 가능성이 높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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