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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 영화화 <24일>
김보연 2015-09-23

2006년 파리, 유대인 청년 일안(시뤼스 샤이디)은 범죄 조직에 납치를 당한다. 납치범들은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고, 일안의 가족은 이 사실을 즉시 경찰에 알리지만 범인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밤낮으로 일안의 가족을 괴롭힌다. 그리고 피해자 가족은 결국 경찰을 불신하기 시작한다. 경찰이 무능할 뿐 아니라 반유대인 범죄를 단순한 납치사건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아카디 감독의 <24일>은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사건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건 범죄 자체의 잔혹함과 동시에 인종간 갈등, 경찰 조직의 경직성 등 프랑스 사회의 문제들이 집약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가 이 사건을 재현할 때 의도적으로 각 문제들을 애매하게 섞은 뒤 등장인물 모두를 비판하는 입장을 취한 건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이를테면 영화 속 범죄자들은 피해자쪽의 주장과 달리 반유대주의적 의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묘사되고, 경찰은 비교적 성실히 사건을 조사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나아가 감독은 피해자 가족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장면이나 사건에 무관심한 일반 시민들을 비난하는 장면까지 집어넣어 이 비극으로부터 모두 자유롭지 않음을 노골적으로 암시한다. 물론 이런 해석 자체가 창작자의 권한일 수 있지만 <24일>이 창작자 자신의 입장은 숨긴 채 사건에 얽힌 관계자 모두에게 교묘한 방식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극적 사건 앞에 숙연해지다가도 순간 몰입이 힘들어지는 것도 영화의 이런 화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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