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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판단이 만드는 미세한 파동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이화정 2015-09-23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는 특강을 하러 수원에 왔다. 하루 일찍 내려오는 바람에 하릴없는 시간이 생겼다. 시간을 때울 겸 수원화성행궁에 들른 그는 거기서 우연히 화가 윤희정(김민희)을 만난다. 그녀의 작업실에 가서 그림도 보고 함께 술도 마시며 호감을 표한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자, 여기까지는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이다. 영화의 절반이 진행된 후 이번에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시작된다. 이번에도 함춘수와 윤희정이 등장하고 함춘수는 수원에 하루 일찍 내려온 상황이며, 둘 다 우연한 만남에 호감을 표하는 건 같다. 하지만 첫 번째 상황의 변주인 두 번째의 양상은 사뭇 달라진다. 첫 번째 상황 속 함춘수는 그녀의 그림을 무조건 칭찬하며, 기혼자임을 숨기고 있다가 그 사실이 알려져 진실성을 의심받고 서먹해진다. 두 번째 상황 속 함춘수는 첫 번째 상황 속 함춘수보다 솔직하다. 그는 그녀의 작업의 단점을 지적하고, 기혼자라는 ‘약점’도 솔직하게 말해 좋은 인상을 준다.

두 함춘수의 행동 모두 윤희정에 대한 호감이 전제되지만 판단의 차이로 인해 결과는 달라진다. 그렇게 바뀐 함춘수에 따라 윤희정의 감정의 결, 대사의 톤, 행동도 달라진다. 그리고 윤희정의 반응에 따라 함춘수의 기분도 달라지고 다른 사람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전작 <자유의 언덕>(2014)이 뒤섞인 편지로 촉발된 시간의 재배치라는 극적 장치를 활용했다면,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작은 판단과 행동의 기호들이 만드는 미세한 파동을 포착한다. 사람들은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선택을 통해 자신의 삶이 달라진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작은 판단이 쌓여 나아가는 게 인생이다. 두번의 반복에서 오는 미세한 차이를 정재영, 김민희의 연기가 훌륭하게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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