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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대한 헌사 <에덴: 로스트 인 뮤직>

1990년대 파리, 개러지음악에 빠져 클럽을 전전하던 폴(펠릭스 드 지브리)은 친구 스탄과 함께 ‘치어스’라는 이름의 듀오를 결성해 DJ로 활동하기로 결심한다. 음악에 대한 폴의 열정이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치어스는 큰 인기를 얻게 되고, 몇년 후 폴은 친구들과 함께 미국까지 건너가 여러 유명 뮤지션들과 공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음악과 마약에 취해 보내는 밤의 시간과 쌓여가는 카드 빚과 어긋나는 연애의 고통으로 채워진 낮의 시간이 수없이 교차하면서 폴은 점점 지쳐간다. 여기에 항상 자신보다 앞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며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가는 뮤지션, ‘다프트펑크’의 존재는 폴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영화는 폴이 듀오를 결성해 활발하게 활동하며 주목받기 시작하는 시기를 담은 1부, ‘파라다이스 개러지’와 음악에 대한 폴의 꿈이 하나둘 좌절되어가는 시기를 담은 2부, ‘로스트 인 뮤직’이 20여년에 걸쳐 시간순에 따라 차곡차곡 진행된다. 자연스레 영화의 전반부는 DJ로 경력을 쌓아가는 폴의 동선을 따라 EDM의 역사를 훑어내려가듯 연쇄를 이루며 쏟아지는 일렉트로닉 음악들에 고스란히 바쳐진다.

EDM 팬이라면 이런 전반부에 열광할지도 모르겠지만, 영화의 방점은 오히려 음악에 치우쳐 있던 폴의 삶이 좌절 끝에 균형을 잡아가는 후반부에 실린다. 밤새 흥청대던 파티가 끝난 뒤 아침이 밝아올 때의 허무함과 피로감이 2부의 폴에게 고스란히 얹힌다. 20여년이 넘는 시간을 2시간으로 압축해냈지만, 2부를 끌고 가는 영화의 성숙한 시선에선 마치 긴 시간을 함께 따라온 것 같은 묵직함이 녹아 있다. 자칫 의미없는 안일한 엔딩처럼 보였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오히려 여운으로 길게 남을 수 있는 것도 이 성숙한 시선 덕분일 것이다. 프랑스 출신 감독 미아 한센 러브의 네 번째 영화 <에덴: 로스트 인 뮤직>은 기본적으로 프랑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90년대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이제 막 젊음의 호기롭던 열정을 팍팍한 현실에 내주고 만 이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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