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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더 밝고 더 생생하게 본다
김현수 2015-11-02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도입한 레이저 영사 시스템의 기본 원리와 성능

영등포 CGV스타리움관(위), CGV가 도입한 크리스티사의 듀얼 헤드 6P 4K 레이저 영사기(아래)

CGV와 롯데시네마 등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이 앞다투어 최신 레이저 영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극장마다 ‘국내 최초’임을 강조하는 레이저 영사 방식은 기존 영사 방식과 비교해 화면의 밝기와 명암비 등 색 표현력이 정확한 기술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새로운 영사 기술이 미세한 화질 차이나 색 표현력에 민감한 전문가 이외에 일반 관객도 뚜렷하게 차이를 인지할 수 있을 만한 기술일까. 그리고 새로 도입된 레이저 영사 시스템의 영향으로 극장 환경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자연색에 가깝게 구현 가능

먼저 레이저 영사기의 원리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기존 영사기는 제논 램프를 사용해서 상을 맺히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제논 램프로는 일정한 빛을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램프도 정해진 수명이 있기 때문에 수명이 다한 램프를 쓰는 상영관에서는 유독 영화가 어둡게 보이는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영화를 보는데 중심부만 밝고 가장자리가 어둡게 느껴져 방해가 됐던 기억이 있다면 그것은 제논 램프 영사 시스템 탓이었을 거다. 그동안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즉, 어떠한 상영시간에서도 일정한 영사 성능을 유지하면서 영화가 상영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후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일정한 상영조건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연구한 끝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레이저 영사기다. 쉽게 말해 레이저는 제반 조건에 따라 색이 왜곡될 염려가 없어 스크린에서 거의 자연색에 가까운 구현이 가능한 기술이다.

기존 영사 방식보다 30% 더 생생한 색 구현

그렇다면 CGV와 롯데시네마가 새로 도입한 ‘6P 레이저 영사기’의 ‘6P’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레이저 6P란 서로 다른 빨강, 녹색, 파랑의 광원을 각각 2개씩 사용하여 빛을 만들어내는 구조로서, 3개의 광원만을 사용하는 ‘RGB’보다 더 풍부하고 생생한 색감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RGB’만을 사용해 색상을 구현하면 실제 우리가 자연광에서 볼 수 있는 색상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6개의 RGB 광원을 이용하면 더 풍성한 색상을 구현하게 된다. 또한 레이저 광원은 기존의 제논 램프의 밝기에 비해 거의 두배에 가까운 밝기를 구현한다. 이처럼 풍부해진 색감과 향상된 밝기로 인해 극장 관객은 자연스럽게 선명도가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아무리 해상도가 높은 영상이라도 밝기나 색감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선명도를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영화 속 세세한 장면 디테일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단 빛 손실이 거의 없고 스크린 모서리가 어두운 현상도 없어지므로, 수치로 환산하자면 대략 30% 이상 더 생생한 색 구현이 가능해진다. 한편 제논 램프 자체가 뜨거워 영사기에 쿨링 시스템도 필요했지만 레이저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롯데시네마가 도입한 바코사의 6P 4K 레이저 영사기

싱글과 듀얼 레이저 영사기의 특징

현재 전세계적으로 6P 레이저 영사기는 60여대 정도가 설치되었거나 설치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에서 디지털 시네마 영사기를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벨기에의 바코(Barco), 미국의 크리스티(Christie), 일본의 NEC와 소니(Sony)인데 이중 6P 레이저 영사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벨기에의 바코와 미국의 크리스티 정도다. 잘 알다시피 현재 CGV는 크리스티와 계약을 체결했고 롯데시네마는 바코와 체결했다. 물론 동일한 6P 레이저를 사용하지만 그 방식은 극장마다 다르다. 국내에 도입된 영사기는 싱글과 듀얼 시스템 두 종류로 나뉜다.

롯데시네마가 도입한 영사기는 한대의 영사기를 이용하는 바코사의 싱글 헤드 시스템이다. 2대의 영사기를 사용하는 듀얼 헤드 시스템이 해야 하는 기능 즉, 2개의 영상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작업을 할 필요가 없으며 현존하는 모든 3D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제품이다. 이에 대해 롯데시네마 임기완 영사팀장은 “원래 6P 레이저를 사용하는 3D 방식을 ‘컬러분할방식’ 3D라고도 하는데 이 3D 방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런데 이 방식은 여러 문제가 있어 그동안 편광 방식으로 대체해서 써왔다”고 설명한다. 바코사는 현존하는 6P 레이저 영사기 중 유일하게 편광 방식 사용이 가능한 레이저 영사 시스템이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6P 레이저 영사기이다. 임기완 영사팀장은 “편광 방식의 3D가 컬러분할방식의 3D보다 관객에게 더 높은 편의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6p 레이저 영사기가 더 적합했다”고 덧붙인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바코사는 현재 아이맥스와 계약을 맺고 롯데시네마에 도입된 것과 동일한 방식의 레이저 시네마 시스템을 독점으로 아이맥스에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롯데시네마는 수원점 슈퍼플렉스관에 처음으로 6P 레이저 영사기를 도입했고 향후 모든 슈퍼플렉스관에 적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CGV는 롯데시네마와 달리 듀얼 헤드 레이저 영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듀얼 헤드를 도입했을 경우에는 2D 영화를 볼 경우에는 밝기가 향상된다. 3D 영화를 상영할 경우에는 훨씬 부드러운 영상을 볼 수 있다. 싱글 헤드일 경우 좌우 영상으로 나뉘어 있는 두개의 영상을 아주 빠른 속도로 번갈아 상영해야 하는데 듀얼 헤드일 경우에는 좌우 영상 모두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기 때문에 관객이 3D영화를 보며 흔히 어지럽다고 느낄 때의 끊김 현상이 전혀 없게 된다. 박노찬 영사기술팀장은 “좌우 영상 1:1 픽셀 매칭 기능이 영사기 자체에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어려움은 전혀 없다”고 설명한다.

거기에 더해 CGV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것은 레이저 전용 스크린과 컬러분할방식의 3D안경으로 구성된 ‘레이저 토털 솔루션’이다. 이것은 즉, 영사기와 스크린, 안경으로 이어지는 관객의 3D 영화 관람 형태 모두를 교체한다는 말이다. “국내 극장 대부분이 도료의 입자가 큰 실버 스크린을 이용하고 있는데 그 위에 그대로 레이저 영사기를 사용하게 되면 효율성이 떨어져 스펙클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스크린 자체에 색이 없는 화이트 스크린을 쓰는 것이 레이저 영사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 판단했다”는 게 박노찬 영사기술팀장의 설명이다(‘스펙클’이란 직진성이 뛰어난 레이저 빛이 스크린을 통해 반사되는 레이저 빛과 서로 만나서 부딪혀 에너지가 상쇄하며 생기는 반점 형태의 문양을 이야기한다.-편집자). 컬러분할 필터를 원칙적으로 쓰고 있는 레이저 영사기에 한해서는 화이트 스크린을 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 CGV쪽의 설명이다.

감독이 더 좋아할 변화

올해 4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레이저 영사기를 도입한 메가박스와 함께 3개사가 모두 저마다의 특징을 지닌 다른 방식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레이저 영사기의 편리성과 효율성에 대해서만큼은 모두가 차세대 영사 시스템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 시스템의 도입을 가장 반길 사람은 어쩌면 관객보다 감독일지도 모른다. 연출이나 촬영감독의 연출 의도에 가장 근접한 색을 어떤 극장에서든 제대로 구현해줄 수 있다면 관객의 만족에 앞서 창작자의 만족 또한 상승할 것이다.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한 블록버스터영화들이 탄생하고 이제는 영화 한편의 제작비가 1조원에 다다르는 시대에 다소 늦은 상영 환경의 변화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콘텐츠의 변화에 맞춰 상영 시스템이 빠르게 뒤따라가는 현재의 움직임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신 영화를 최선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자리잡길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