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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과 장애물을 영리하게 돌파해가는 영화 <검은 사제들>
이주현 2015-11-04

엑소시즘은 한국영화에서 그리 대중적인 소재이자 장르가 아니다. <검은 사제들>은 그러한 선입견과 장애물을 영리하게 돌파해가는 영화다. 오프닝에서 구마(사령을 쫓아내는 가톨릭 예식), 부마자(사령이 깃든 사람), 12형상(장미십자회에서 일련번호를 붙여 분류한 사령들) 등 낯선 용어들을 속도감 있게 설명하고 나면, 이후 영화는 소녀의 몸에 깃든 사령을 쫓아내기 위해 장엄구마예식을 행하는 한명의 사제와 또 한명의 보조사제 이야기에 오롯이 집중한다. 평범한 여고생 영신(박소담)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다. 김 신부(김윤석)는 영신의 몸에 장미십자회에서 쫓는 12형상 중 하나가 깃들어 있는 것을 알게 되고, 교단의 무관심과 비협조 속에서 힘들게 소녀를 살리기 위한 예식에 매달린다. 한편 과거의 트라우마로 신학생이 된 최 부제(강동원)는 예식의 사전 준비를 담당할 보조사제로 선택된다. 신학교의 학장은 최 부제에게 김 신부를 돕는 동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감시하라는 임무를 안긴다. 그리고 양기가 충만한 보름달이 뜬 날, 김 신부와 최 부제는 영신을 위한 장엄구마예식을 준비한다.

<검은 사제들>의 미덕 중 하나는 성급하게 ‘이 이야기를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는 데 있다. 표면적으로, 김 신부는 가톨릭 집단 안에서도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고, 다른 사제들은 ‘이성과 합리에 기반한 가톨릭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관객 역시 ‘부마라니? 뭐가 있긴 있는 거야?’라는 의심을 품고서 김 신부의 행동을 지켜보게 된다. 40여분에 달하는 종장의 구마예식을 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령의 존재가 주는 시청각적 섬뜩함은 상당하다. 영화의 1/3 분량에 달하는 공포스런 40여분이 휘몰아치고 나면, 어떤 안도감과 함께 영화의 이야기에 설득당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는 강동원의 스타성도 적극 활용한다. 관객의 감정이입 대상은 김 신부가 아닌 최 부제다. 그래서인지 카메라는 유독 강동원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잦은 클로즈업은 꽤 효과적으로 최 부제의 두려움과 혼란한 심경을 관객에게 전이시킨다. 김윤석과 강동원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도 좋다. 미쟝센단편영화제 등 지난해 각종 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장재현 감독의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화한 작품으로, 장재현 감독이 직접 장편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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