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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기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영화 <맨 프롬 U.N.C.L.E>
김수빈 2015-11-04

1960년대 중반에 방영된 인기 TV시리즈 <맨 프롬 U.N.C.L.E>이 영화로 재탄생했다. 때는 냉전 시기, 범죄자 출신의 나폴레옹 솔로(헨리 카빌)와 불우한 가정사를 지닌 일리야 쿠리야킨(아미 해머)은 굴곡진 과거를 딛고 각각 미국과 소련을 대표하는 스파이로 성장한다. 둘은 나치 잔당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라는 공동의 임무를 부여받고 원치 않지만 한팀을 이룬다. 여기에 범죄조직에 잡혀 있는 핵 개발 기술자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동독 출신의 정비사 개비(알리시아 비칸데르)가 팀에 합류한다. 이들은 나치의 힘을 빌려 막대한 부를 쌓고 핵무기까지 손에 넣으려는 빈치게라 부부를 막고자 이탈리아 로마로 향한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의 대가로 불리는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 제작, 공동 각본을 맡았다. 하지만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부터 <스파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까지, 올해를 거쳐간 스파이영화들의 잔상이 너무 짙었던 걸까. 정통 첩보물의 묵직함은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을, 곳곳에 마련된 코미디는 <킹스맨…>을 넘어서지 못한다. 심지어 양복점에 정보기관 본부가 설치된 <킹스맨…>의 설정은 이 영화의 원작 TV시리즈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첩보물로서의 참신함 또한 <킹스맨…>이 한수 위다. 다만 시대의 첨단을 담는 여타 스파이영화들과 달리 냉전 시기를 배경으로 당대의 정수와 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연회장, 호텔, 항구 등 <태양은 가득히>(1960)를 떠올리게 하는 관능적 분위기의 배경은 물론이고 각종 의상과 소품들이 영화에 고전미를 더한다. 특히 60년대 향취를 고스란히 담은 음악에 맞춰 이뤄지는 추격 신들은 꽤 강력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CIA 요원이 되기 전 장물 도둑으로 암약했던 나폴레옹 솔로가 문제 해결에 있어 본인의 장기를 적극 살리면서 영화는 케이퍼 무비의 느낌을 띠며, 원수지간인 주인공들이 함께 분투하며 나름의 우정을 쌓아간다는 점에서 버디무비적 측면도 있다. 시리즈의 역사로 보면 <맨 프롬 U.N.C.L.E>은 21세기 스파이영화의 ‘삼촌’ 격이지만, 과거의 유산으로부터 새로움을 발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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