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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서울
2002-03-19

시사실/서울

■ Story

아시아 8개국 정상회담이 열리고 한일합동 은행이 개설될 즈음 서울에선 현금강탈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일본인 형사 하야세 유타로(나가세 도모야)는 우연히 현금수송차를 강탈하고 도주하는 범인들과 마주친다. 유일한 목격자가 된 유타로는 72시간의 체류허가를 받고 범인체포에 협력한다. 서울시경의 김윤철(최민수)은 유타로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는다. 때로 둘은 주먹다짐까지 일삼는다. 한편, 민족의 새벽이라는 조직이 서울시경 컴퓨터를 해킹해 정상회담을 저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올리고, 일본 외무대신을 납치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 Review <서울>은 욕심많은 영화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민족감정 대립이라는 키워드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심지 역할을 한다. 한국어를 이해 못하는 일본인 형사, 그에게 적대적인 한국인 형사의 드라마는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서울>은 버디영화의 관습, 서울이라는 공간에 관한 언급, 그리고 액션영화의 장대한 스케일을 접목한다.

<서울>에서 배우 최민수의 존재감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영화를 만나게 될 한국 관객에겐 그렇다. 서울시경 소속 형사를 연기하는 최민수라는 스타의 이미지, 즉 마초 기질이 다분한 모습은 <서울>에서 ‘구원’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일본인 형사를 만난 그는 아무 인사말 없이, 주먹을 날려 상대를 바닥에 눕힌다. 그리고 뇌까린다. “여긴 한국이야. 니가 나설 곳이 아니다.”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이 상황은 여러 번 반복된다. 일본인 형사가 뭔가 행동을 취하면 주먹질과 협박성 멘트가 날아가는 것이다.

최민수라는 배우 이미지에 익숙해진 탓에 이건 얼마간 자연스럽다. 최민수 스타일의 반복을 일종의 의도하지 않은 유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허나 다른 배우가 연기했더라면? 심각한 문제를 낳았을 수 있다. 한국인에 관한 묘사가 왜곡되거나 편파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가능성이 높다. 세팅이 어색한 점도 눈에 띈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장소가 예술의 전당이라니.

나가사와 마사히코 감독은 프로듀서와 시나리오 작가, CF 연출자 경력을 지녔다. <서울>은 형사 버디영화로선 무리없는 결말로 향한다. 서로 으르렁거리던 형사들은 화해하고, 각자 제 갈길을 간다. 당연한 결말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런 엔딩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장르의 룰을 준수하면서도, 한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거대한 심연을 포착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래서 고향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영화 속 일본인 형사를 보면서, 어쩐지 안도의 심정을 느끼게 된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sozion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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