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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다루는 영화는 만들기 힘겹다”
윤혜지 2015-11-12

경쟁작 <후지타> 오구리 고헤이 감독 인터뷰

오구리 고헤이 감독

일본의 거장, 오구리 고헤이 감독이 10년 만에 전기영화로 복귀했다. 인터뷰룸에 들어서자마자 “<씨네21>과의 인터뷰가 대체 몇년 만인지 모르겠다”며 기자를 반가이 맞아준 오구리 고헤이 감독은 임권택, 박광수 감독 등 국내 영화인들의 안부를 일일이 물으며 한국영화계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진하게 표했다. 그의 신작 <후지타>는 1920년대 파리와 도쿄에서 주목받은 천재 화가 후지타 쓰구하루의 삶과 고뇌를 고풍스러운 톤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영화는 뛰어난 예술가이자 비겁한 전쟁 부역자였던 후지타 쓰구하루를 떨쳐낼 수 없는 딜레마로 고민하는 공허한 인간으로 그리고 있다.

-칸영화제에 초청된 <매목>(2005) 이후 공백이 너무 길었다.

=아주 길었다. (웃음) 예술을 다루는 영화는 만들기가 더욱 힘겹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유년을 보낸 당신에게 후지타 쓰구하루는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었을 것 같다.

=물론 그랬다. 하지만 영화감독으로서 보기에 후지타는 아주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복잡다단한 내면을 가졌기에 그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일 수 있었다. 평범하면서도 때론 감정이 요동치는 괴팍한 인간이었고, 모두가 알다시피 전쟁을 미화한 그림을 그린 화가였다. 일본과 한국, 프랑스에서 각각 그를 보는 시선이 다를 것이다.

-이방인으로서 고독을 느끼는 후지타의 모습을 고즈넉한 마을을 배경으로 느리고 담담하게 풀어낸 연출이 인상 깊다. 당신은 그에게 일종의 연민까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연민이라기보다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흥미다. 그가 전범 행위를 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그는 타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일본으로 돌아왔을 때 모든 이념이 낯설게 받아들여졌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오다기리 조가 청년부터 말년까지의 후지타를 홀로 연기했다. 감독으로서 볼 때, 그는 어떤 배우였나.

=그는 아주 솔직하고 자유로운 사람이다. 너무 자유롭지. (웃음)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무엇이든 스스로 터득하는 배우였다. 나는 그의 의견도 진지하게 들을 필요가 있었다.

-영화에서 후지타의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었다. 프랑스의 협력으로 완성한 영화인 것 같다.

=나에겐 첫 합작영화다. 그야말로 제로에서 시작한 일들이었다. 프랑스의 클로디 오사드 프로듀서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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