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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굉장한 착각에 빠져 있다
윤혜지 2015-12-03

<괴물의 아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

<괴물의 아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그의 애니메이션의 정서를 그대로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솔직하고, 감정적이고, 순수했다. 사소한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할수록 더 기쁜 내색으로 답해주었다. 인터뷰 시간은 비교적 넉넉히 주어졌으나 겹침이 많은 <괴물의 아이>를 한 꺼풀씩 들추어 이야기 나누기엔 턱도 없었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피곤해지기는커녕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벌써 그의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며 <괴물의 아이>에 관해 나눈 대화를 일부 옮겨 적는다.

-<늑대아이> 이후 아들이 생겼다. 아이를 키우며 얻은 경험이 <괴물의 아이>에 얼마나 녹아들었는지 묻고 싶다.

=평소 아이에게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는데 대부분은 어린이가 동물과 대화를 하거나 동물과의 관계에서 뭔가를 배우는 스토리다. 놀랍게도 아이가 어른을 만나거나 부모에게서 뭘 배우거나 대화를 하거나 노는 일은 거의 없다. 대개는 부모가 책 속에 나오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이가 동물, 자연의 세계로 들어가 무언가를 배운다는 설정을 만들었다. 나는 인간의 정신세계보다 동물의 영혼과 생태가 훨씬 상위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자연을 함부로 대한다. 인간들이 굉장한 착각에 빠져 있는 거다.

-호소다 마모루 작품 속의 아이들은 대체로 부딪치고, 누군가를 만나고, 여러 존재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 커나가는 것 같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다. 거기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곤 그림 그리는 일뿐이었다. 말도 잘하지 못했고 타인과 교류하는 것도 즐기지 않았다. 약간 고독한 소년이었다. 그런데 혼자 떨어져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아이들이 진짜 외로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마음속에 자기 세상을 만들고 있고, 자기와 대화하기 때문에 외로울 틈이 없다. 남들은 좀 어두운 녀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웃음) 좋은 그림을 계속 그려나가려면 자기 세계가 있어야 한다. 사교적이고 밝고 활달한 아이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 (웃음)

-주요 동물 캐릭터인 쿠마테츠는 곰, 이오젠은 멧돼지, 햐쿠슈보는 돼지다.

=<늑대아이>에서 곰이 나오는 장면을 그리기 위해 야생곰과 야생멧돼지의 생태를 조사할 때 산속에 사는 야생곰, 야생멧돼지가 기후변화 때문에 민가로 자꾸 내려와 농작물을 망가뜨리고 사람을 다치게 한다는 뉴스가 많이 보도됐다. 인간의 눈엔 그들이 괴수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들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잖나. 다음 작품에서라도 그들의 편에 서서 작품을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쿠마테츠와 이오젠, 곰과 멧돼지를 신이 될 수 있는 존재로 그렸다. 특히 햐쿠슈보에 공을 많이 들였다. 보통 돼지 캐릭터는 뚱뚱하고 한심한 캐릭터로 그려지잖나. 내 영화에선 돼지를 멋지게 그리고 싶어서 햐쿠슈보를 철학적이고 근사한 캐릭터로 만들었다. 아마 어떤 영화에서도 돼지가 이렇게 멋진 캐릭터였던 적은 없을 거다. 어떻게 생각하나.

-동감한다. (웃음) 게다가 릴리 프랭키처럼 지성적이고 다재다능한 배우가 목소리 연기를 맡아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역시. (웃음) 릴리 프랭키도 햐쿠슈보가 자신과 엄청 닮은 것 같다고 놀랐다. ‘나의 본질은 돼지가 아닐까?’ 깨달았다고 하더라. (웃음)

-그런데 지브리 스튜디오의 제작 중단 선언이,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스튜디오 지즈에 악영향을 주진 않았나.

=일단은 걱정과 우려가 크다. 극장용 장편만을 만드는 스튜디오가 우리뿐이니까.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야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데 역행한 셈이잖나. 지금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하라 게이이치 감독의 신작도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이라고 들었다. 다행스럽다. 보다 많은 스튜디오가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서로 경쟁하고 자극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작품이 흥행해야 다음 세대의 작가들이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큰 책임과 의무를 느낀다.

-다행히 <괴물의 아이>는 당신의 작품 중 가장 흥행한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현재까지 4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지 않나.

=그럼 그럼. (웃음) 애니메이션에 흥행이 정말 중요한 게 이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면 다음 작품을 기약할 수가 없어서다.

-드라마와 액션 장르를 번갈아 만들어왔다. <괴물의 아이>를 액션물로 만들었으니 다음엔 드라마겠다. 또 3년 뒤가 될까.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건 없지만 순서상으로는 드라마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열심히 생각 중이니 기대를 접지 말아주시길.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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