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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학과] 개성을 살리며,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게
송경원 2015-12-07

세상을 보는 창이 달라지면 세상 역시 달라진다. 흔히 연기라고 하면 몇 가지 고정적인 패턴을 떠올리기 쉽다. 이를테면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양식, 톤, 전형성을 전문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제 점점 그 창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드라마 등 TV 매체는 물론 웹드라마 같은 모바일, 뮤지컬, 연극 등 연기자를 필요로 하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대개는 몇 가지 패턴의 연기에 갇혀 반복할 수밖에 없다. 최근 연기학과의 트렌드는 이러한 패턴화된 전형성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영화, 방송, 연극계 등에 입문해 연기 경력을 쌓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대신 오랫동안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자신을 알리는 기회는 극히 드물게 주어진다. 입구는 넓지만 출구는 매우 좁은 세계, 결국 핵심은 어떤 태도로 얼마나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을까에 달렸다. 전국의 연기학과들이 가르치고자 하는 것 또한 연기자로서의 세계를 넓히고 한 사람의 우주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물론 이에 이르는 길은 실로 다양하다. 정확히 말해 학과 수, 학교 수만큼 다른 길이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이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자신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지닌 학교, 배우고 싶은 교수님이 있는 학과를 미리 알고 서로 비교해보는 것이다. 다른 전공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학과마다 개성과 특성이 그만큼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연기학과다.

연기의 정수는 기본에 있다

연기란 어떤 의미에서는 자문자답이다. 왜 연기를 해야 하고, 어떤 연기를 해야 할지 무대를 완전히 떠나는 그 순간까지 되묻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커리큘럼만큼 중요한 것이 학교별 특색이다. 일례로 1962년 개설된 이래 오랫동안 한국 연기교육의 산실로 자리잡아온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는 실제 극단 생활을 하는 것처럼 기초부터 실습까지 철저히 다듬는 토털 패키지 교육을 지향한다. 기초-중급-고급연기로 이어지는 기본기는 물론이고 신체훈련, 소리훈련 등을 통해 몸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힌다. 나아가 매체연기, 뮤지컬연기 등 분야별로 적용 가능한 것까지 미리 겪어보는 방식이다. 여기에 학교 안에 있는 이해랑예술극장을 통해 실제 연극이 상영되는 과정을 옆에서 체험할 수 있다. 종합적인 훈련을 마친 학생들은 매 학기 무대에 작품을 올려 연기가 무대에서 공연되는 긴 과정 전체를 몸으로 습득한다.

매체별로 특화된 교육을 지향하는 곳도 있다.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뮤지컬전공,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 뮤지컬과 등 뮤지컬 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학과들은 각자의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뮤지컬연기를 다듬으려 노력한다. 발레, 전통춤, 현대무용 등 가창과 무용 기술을 익히고 고급연기를 통해 이를 무대 위에 적합한 형태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각 학교에 마련된 연습실과 스튜디오 등에서 충분한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다. 그 밖에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도 뮤지컬 등의 기본 교육에 충실한 커리큘럼을 자랑한다. 다만 몇 가지 특성화된 연기교육을 선보인 학과라도 한결같이 강조하는 건 다름 아닌 배우로서 기본적인 몸쓰기에 대한 이해와 전수다. 대표적으로 기초발성, 화술, 신체연기 등은 매체적 특수성 이전의 필수적인 부분이라 어느 학과를 가더라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기본적인 요소들을 마스터한 다음 자신의 특성과 지향이 어디에 걸맞을지 고민해보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독하게, 하지만 협업을 잊지 말고

흔히 연기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에 국한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기는 그 자체로 종합예술의 일부다. 전체와의 조화를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제대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필요한 것은 기본이다. 최근 연극영화학과의 전반적인 변화와 트렌드를 묻는 우문에 경희대학교 이효인 교수는 “현재 연극영화학과는 과거의 커리큘럼에서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어떤 면에서는 정통적인 것들이 고수될 필요가 있고 또 근본적인 것들은 존재해야 한다”며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교양적 접근에서 현재 커리큘럼을 냉철하게 다시 검토하는 것과 인접 디지털, 디자인 등을 포함한 인문적 전공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새로운 기술을 접할 필요가 있다”며 변화에 둔감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모순되는 것 같지만 숱한 전공 중에서도 연기학과만큼 전통과 혁신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전공도 드물다. 자기 세계 안에 모든 요소를 끌어들여 한번 녹여낸 후 세상, 사람, 매체와의 소통 후 알맞게 뽑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때로는 이기적일 필요도 있고 자기만의 가치관을 명확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 매년 연기학과 교수나 선배들의 조언을 들을 때마다 확실한 자기 가치관과 신념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떻게 보면 한없이 개인적인 분야지만 또 한편 그것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 잡다한 것들을 배우기 이전에 기본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 연기과 조기왕 학과장은 “항상 인문학 서적을 가까이 하고 우리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연기는 하나의 언어이고 언어를 정밀하게 다듬어나가는 길은 결국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자문자답하며 내면의 깊이를 채워나가는 수밖에 없다. 때로는 굉장히 고독한 작업이고, 그렇기에 첫발을 어떻게 디디냐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해보고, 각 학과가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본 후 큰 방향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 연기는 고독한 작업이지만 함께 걸어가줄 좋은 스승과 친구들이 적지 않다. 구하고자 하면서 주변으로 잠깐 눈을 돌려보면 자신을 돕고자 하는 수많은 손길이 함께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