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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먼 훗날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를 차리고 싶다”
정지혜 사진 최성열 2015-12-29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조정의민

2015년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팀장 2010년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팀

서울독립영화제에는 프로그래머가 따로 없다. 예심 심사위원들이 본선 진출작을 결정한다. 경쟁부문 이외의 섹션을 구성하는 게 큰일인데 올해 조영각 집행위원장과 함께 이 업무를 담당한 사람이 조정의민 프로그램팀장이다. “신진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새로운 선택 부문, 경험 많은 감독들부터 신진 감독들까지 소개하는 특별초청 부문의 작품 선정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노트 작성, 시간표 및 상영관 확정, 모더레이터 섭외도 내 일이었다.” 이력은 화려하지 않다. 서울독립영화제와 첫 인연을 맺은 게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9기) 졸업 후 학교의 김소영 교수님이 운영하는 미디어교육 관련 연구소에서 1년간 있었다.” 그러다 서울독립영화제의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당시 혼자 프로그램팀을 운영하느라 프로그램팀 업무 외에도 메일링 서비스, 게시판 관리까지 다 하며 영화제 전반의 업무를 익혔다. 그때 영화제를 꾸려가는 재미를 처음 느꼈다고. 이듬해 상반기까지 일을 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내가 장르영화 마니아다. 장르영화가 가장 활발히 생산, 소비되는 미국에서 제대로 영화를 보고 싶었다. 큰 마음을 먹고 갔는데 오판이었다. 미국의 영화인들과 만나는 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계속 있다가는 빚만 지겠더라. 한국에 가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제대로 일해보고 싶었다.”

심기일전해 합류한 만큼 뿌듯했던 순간들도 생겼다. “<얼루어>의 배경헌 감독, <어둠의 저편> 김창수 감독의 영화 상영 후 모더레이터로 참여했다. 감독님들이 자신의 의도를 읽어준 것 같아 고맙다고 말하더라. 창작자들이 계속 영화를 만들도록 독려하는 게 영화제의 역할 중 하나라면 일조한 것 같았다. 영화제 유료 관객수가 9천명을 넘었을 때도 잊지 못한다(최종 유·무료 관객수는 9011명이다).” 이렇게 영화제에 대한 애정은 커졌지만 내년에도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비정규직이다. 한국에서 영화제 일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상시적인 고용 불안 상태다. 일하는 사람, 영화제 모두에 소모적인 일이다.” 독립영화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젊은 층의 고용이 확보돼야 한다고도 말한다. “개인의 역량, 희생에 기대 영화제를 운영할 수는 없잖나. 안정된 고용과 일한 만큼의 수익이 돌아온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노동 상황을 바꾸기 위한 정책 공부를 하고 싶다.”

술잔과 MP3

다양한 성격, 취향, 시각을 가진 감독, 관객과 수시로 접촉해야 하는 영화제 프로그램팀장에게 사교성은 필수다. 하지만 일은 일이고 취향은 취향이다. 조정의민 팀장은 시끌벅적한 영화제 뒤풀이 장소보다는 혼자 혹은 마음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술 한잔하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게 낙이다. “먼 훗날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를 차리고 싶다”는 그의 취향이 반영된 해골무늬 술잔을 아낀다. 그리고 늘 끼고 사는 MP3에는 마음의 위안을 주는 서태지의 곡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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