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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1월21일 개봉 앞둔 <스티브 잡스> 미리 만나다

<스티브 잡스> 런던 기자 간담회

지난해 9월25일, 런던 시내 차링 크로스에 자리잡은 코렌시아 호텔에서 영화 <스티브 잡스>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대니 보일 감독과 각본가 에런 소킨(<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각본)을 비롯해 배우 세스 로건, 제프 대니얼스, 마이클 스털버그 등이 참여했다. 대니 보일과 에런 소킨이 만났다는 것만으로 화제가 된 <스티브 잡스>는, 잡스가 대중에 보여줬던 세번의 프레젠테이션 준비과정 혹은 무대 뒷이야기를 통해서만 그의 삶을 조망한다. 에런 소킨이 선택한 3개의 프레젠테이션은 1984년의 매킨토시, 1988년의 넥스트 큐브 그리고 1998년의 아이맥 론칭 행사로, 영화는 이들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기 40분 전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무려 197쪽에 달했다는 에런 소킨의 대본에 맞춰 쉴 틈 없이 대사들을 쏟아내는 배우들은 뮤지컬 무대에 올라 있는 듯 보이기까지 한다.

자칫 지루하고 평범해 보일 수 있는 각각의 론칭 행사 준비 과정이 그 어떤 연설장보다 긴장감 넘치는 세편의 드라마로 탄생된 데에는 대니 보일 특유의 활기 넘치는 연출력과 에런 소킨의 재치 넘치는 각본의 힘이 있다. 힘든 행사를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와 그의 천재 친구들이 서로를 질투하고, 그래서 다투고, 상처를 입히는 과정을 에런 소킨은 쉽게 넘기지 않는다. 에런 소킨이 설계한 이 세편의 단막극은 각각의 기승전결을 통해, 스티브 잡스의 인간적 면모와 불완전함을 들춰내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에런 소킨은 이에 대해 “이 세번의 론칭 행사는 실제 존재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영화와 달리 스티브 잡스는 매번 다른 이들과 함께 이 행사들을 준비했을 것이다. 나는 우리 영화가 또다른 버전의 스티브 잡스 ‘신화’를 읊조리는 위인전이 되지 않기를 바랐고, 그런 의미에서 대니 보일과 우리 배우들에게 깊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스티브 잡스>는 그러므로 일종의 예술 작품이며, 그런 의미에서 신문 등의 언론과는 다르다”는 것을, 에런 소킨은 인터뷰 중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한 “나는 우리 영화를 보는 관객이, 영화를 만든 우리만큼 충분히 의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를 보고, 사실과 거짓을 논하는 것은 예술로서의 영화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행위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에런 소킨의 뛰어난 재능 중 하나가 바로 “실존하는 현상을 특히 아름답게 전달하는 묘한 매력”이라면서 에런 소킨과의 작업의 특별함에 대해 전한 마이클 스털버그는 “우리 영화는 ‘사진’보다는 ‘그림’에 가까운 것 같다”고 설명하며, “대중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스티브 잡스의 과거사가 아닌, 그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시점으로 돌아가, 그의 내면에서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지를 상상하고, 그 상상력을 통해 그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스티브 잡스>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영화 <스티브 잡스>가 선택한 세번의 프레젠테이션은 매우 현명한 판단으로 보인다. 단 세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잡스와 주변 인물들의 성공과 실패, 좌절, 결국에는 모든 난관을 극복하게 되는 패기와 열정, 의지까지,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덕분인지도 모른다. 극 속에 등장하는 것 자체로, 실제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하는(외양이 아닌) 마이클 파스빈더는 물론이고, 애플의 마케팅 책임자 조안나의 폴란드 억양까지 재연해낸 케이트 윈슬럿이나 코미디 배우로 알려졌던 세스 로건의 연기 변신은 단연 이 영화의 주요 볼거리다. 단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영화의 후반부,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최대한 클로즈업된 화면에 스티브 잡스를 구겨넣으며, 스티브 잡스는 특별하다고 주입시키려는 모습은 역시 불편하다. 그리고 이 지점은 유일하게 <스티브 잡스>가 여느 자전영화와 닮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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