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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메시지와 긴밀히 조응하는 세심한 미장센 <순응자>

마르첼로(장 루이 트랭티냥)와 줄리아(스테파니아 산드렐리)는 결혼을 앞둔 커플이다. 어느 날 줄리아가 클레리치 가문의 비밀을 폭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았노라고 말한다. 편지에 따르면 마르첼로의 아버지는 매독으로 인한 정신병을 앓고 있다. 실제로 마르첼로의 아버지는 정신병동에 수감 중이다. 마르첼로는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그와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채 돌아선다. 어린 시절 성인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등 ‘비정상’적인 것들에 둘러싸인 채 자란 마르첼로는 ‘정상’적인 것을 추구하며 산다. 줄리아와의 결혼도, 그가 파시스트가 된 것도 당대에는 그것이 평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마르첼로는 당국으로부터 프랑스로 망명한 은사, 콰트리 교수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내게 영화 만들기란 아버지를 죽이는 나의 방식임을 깨달았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순응자>를 만든 지 수십년 후, 다시 이 작품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서 ‘아버지’는 명망 높은 시인인 아버지 아틸리오 베르톨루치이자 그의 영화 세계에 영향을 준 장 뤽 고다르이기도 하며, 역사적으로는 파시즘이기도 할 것이다. 베르톨루치의 작품에는 정치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이 경합을 벌이며 뒤엉키는 경향이 짙은데, 이 작품은 그런 베르톨루치 영화 세계의 원형이 새겨져 있다. 누벨바그의 자장 아래에서 출발한 감독이 그 흐름에서 벗어나 작가주의와 전통의 화해를 시도하며, 특유의 스타일을 태동시킨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부성에서 파시즘의 뿌리를 찾는다는 점에서 같은 해에 완성한 <거미의 계략>과 직접 연관된다. 세심한 미장센은 영화의 메시지와 긴밀히 조응한다. 이를테면 유리를 통해 부스 밖이 내다보이는 공간과 막힌 벽 사이를 주인공이 오가는 장면에서 카메라 역시 그의 움직임을 따라 수평으로 움직인다. 이에 따라 그가 점한 공간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한 화면 내에 공간의 성격을 분화시키면서 정상/비정상의 이분법적 구획에서 오는 폭력성과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의 내면을 표상한다. 1972년 제6회 전미비평가협회상 감독상, 촬영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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