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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걸음
이예지 사진 최성열 2016-02-03

김희찬

영화 2015 <글로리데이> 2012 단편 <도시의 밤> 2012 단편 <동거> 2012 단편 <도깨비의 숲>

드라마 2016 <치즈 인 더 트랩> 2015 <두 번째 스무살> 2015 <프로듀사>

차기 국민 남동생의 탄생일까.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탁예진(공효진)에게 능청맞게 굴다가도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던 남동생 탁예준, 배우 김희찬이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의 홍설(김고은)의 철딱서니 없는 동생 홍준으로 돌아왔다. 제멋대로 유학을 때려치우고 돌아와 성가시게 엉겨붙지만, 사랑받고 자란 인물 특유의 애교에는 도통 당할 도리가 없는 그런 남동생으로 말이다. 풋풋한 외모와 발랄한 연기, 어떤 누나든 남동생으로 두고 싶어 할 법한 김희찬은 사실 여동생을 둔 장남이다. “항상 누나를 갖고 싶었는데 작품들에서 소원풀이했다. 공효진, 김고은 선배님 모두 누나처럼 잘 챙겨주시더라. 실제론 여동생에게 용돈도 챙겨주는 의젓한 오빠다. (웃음)”

실제 성격은 남동생 아닌 장남에 가깝듯이, 사실 그는 로맨틱 코미디의 가벼운 연기보다는 무게 있고 정서적인 연기에 더 익숙하다. 그는 브라운관 데뷔 이전, <동거> <도시의 밤> 등 단편영화들에서 생활고 혹은 심리적 갈등을 겪는 “사연 있는 소년” 역을 맡아왔다. 조선족 소년이 살아남는 법을 그린 <도시의 밤>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은 “본인의 트라우마 혹은 어둠을 잘 이용하는 배우다. 자기 안에서 배역과 비슷한 점을 끄집어내 동일화하는 데 능해, 감정의 깊이를 잘 표현한다”고 말한다. 김희찬은 “연기를 할 때 인물의 트라우마를 파고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한 인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트라우마가 큰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며 배역과 배우가 교차하는 지점을 밝힌다. 그가 지닌 정서의 깊이를 보여준 <도시의 밤>은 소속사 키이스트에 캐스팅된 계기이기도 하다.

연기에 대한 그의 꿈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작됐다. 교회에서 성극을 하며 무대에 오르는 즐거움을 깨달은 그는 초등학교 직업 희망란에 배우라고 적어냈고, 중학생 때는 부모님이 반대하자 “연기학원 선생이라도 하며 생계를 이어갈 테니 걱정 말라”며 설득했다. EBS 영어 프로그램의 MC를 맡은 그는 그 소득으로 연기학원을 다녔고, 영화과에 진학했다. 배우라는 목표점을 향해 올곧게 달려온 그의 끈기와 뚝심은 예사롭지 않다. “연기를 젊을 때 잠깐 하고 말겠다는 마인드가 아니다. 나에게 연기는 평생 직업”이라는 그다.

김희찬은 첫 장편영화 <글로리데이>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청춘영화의 캐릭터들은 각자 포지션이 있지 않나. 리드하고 착하고 까불고 당하고. 류준열 형이 까불면, 나는 당하는 역할이다. (웃음) 내가 맡은 두만이라는 캐릭터는 여리고 수동적이다. 사랑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사극 혹은 전쟁영화 등 선 굵고 정서가 진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다. “멀리 보고 있다. 지금의 나이에는 소년스러운 역할을 소화하고, 나이가 들면 거친 캐릭터, 그리고 노년에는 오히려 진한 로맨스를 선보이는 것도 좋겠다.” 평생을 연기할 그가 지금 내딛는 최초의 걸음들. 가볍지만, 다부진 발걸음이다.

타인의 생각 엿보기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나, 이석원의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등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타인의 삶과 생각에 흥미가 많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지?’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어릴 땐 텍스트가 아니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탐구했다. 노숙자에게 음료를 건네면서 사연을 묻기도 했지. (웃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타인의 생각을 알게 되면 도움도 위안도 된다.”

이순재

샤이아 러버프 vs 이순재

“작품보다 배우에 관심이 많다. 두 배우는 내게 다른 의미에서 롤모델이다. 샤이아 러버프는 어린 나이에 영화를 시작해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청춘스타가 됐는데, <님포매니악>(2013)이라는 의외의 선택지를 내더라. 사적으로는 사고뭉치인 것과 별개로(웃음) 그런 주관이 배우로서 멋지게 보인다. 이순재 선배님은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교수님으로서 사사하고 있기도 하고, 연기를 꾸준히 오래하신 배우다. 연기를 평생의 업으로 삼으려는 내가 보고 배워야 할 분이다.”

사진 김희찬 인스타그램 @kimeechan

중국어 마스터의 길

<도시의 밤>에서 조선족을 연기한 김희찬은 일주일 만에 중국어 대사를 마스터했다. 김태용 감독은 “연기를 위해 대본을 직접 번역해오라고 했더니, 일주일 동안 중국인을 만나 번역을 받고 대본을 통째로 외워왔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이를 계기로 그는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 중이다. “언어에 관심이 많아 어릴 적엔 통역사를 꿈꾸기도 했다. 외국인과 소통하는 게 멋지게 보였다. 따라하는 걸 잘해 발음은 좀 된다”는 그다. 혹시 알까. 지금의 공부가 소속사 키이스트에서 “포스트 김수현”으로 주목한다는 그의 중국 진출의 발판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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