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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아늑하게 편안하게

재진, < Don’t Fall Too Late >

처음엔 큰 기대 없이 이 음악을 들었다. 평론가의 의무감으로 모니터링 차원에서 신보들을 쭉 훑다가 처음 듣게 되었다. 그런데 1절을 듣고는 귀가 번쩍 뜨였다. 특히 편안하고 아늑한 편곡과 사운드가 훌륭했다.

재진은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다. 예전에 ‘허핑턴포스트코리아’를 통해 샘 쿡의 <Nothing Can Change This Love>를 부르는 영상이 퍼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국에 잠깐 화제가 됐던 가수다. 재진은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에 잠깐 출연하기도 했다. 미국판 ‘허핑턴포스트’에도 보도된 적이 있다. 재진의 가장 독특한 이력은 무려 13년 동안 암과 싸웠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계기로 삶에 대한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음악이 머금고 있는 위로는 다른 위로의 음악들보다 더 리얼하게 와닿는다.

<Don’t Fall Too Late>는 장르적으로는 팝 솔에 가깝다. 이때의 ‘팝’이란 말을 ‘평범한’이라고 해석해도 좋다. 사실 스타일 면에서 그리 튀는 음악은 아니다. 하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연주와 사운드는 최근 발표된 곡 중 최고다. 의외의 발견이다. 연주, 사운드, 멜로디, 가창력,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뛰어나다. 특히 재진의 뿌연 보컬이 좋다. 조금이라도 세게 부르면 누가 놀라기라도 할 것처럼 아기 피부를 건드리듯 살포시 부른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이 노래를 추천한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발견의 재미도 줄 수 있는 곡이다. 재진의 다른 음악들도 좋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앨범 《Kairos》의 수록곡들이 고루 좋다. 오랜만에 멋진 싱어송라이터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