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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기 위하여
이화정 2016-02-01

좌담 ‘영화제와 BIFF 사태를 말한다’ 지상중계

연일 최저기온을 경신하던 지난 1월23일 저녁, 영화계의 ‘얼어붙은’ 상황에 맞서 영화인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주최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마련한 좌담 ‘영화제와 BIFF 사태를 말한다’는 2014년 9월 부산시의 <다이빙벨>(2014) 상영 철회 요청에도 불구하고 상영을 강행한 이후 부산시의 외압에 시달리고 있는 현 부산국제영화제의 상황을 통해, 심각한 수위에 처한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 독립성의 문제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12월11일 협찬금 사용 문제로 부산시가 검찰에 이용관 집행위원장 등 부산영화제 관계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1월23일, ‘좌담: 영화제와 BIFF 사태를 말한다’가 열렸다.

좌담에는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난숙 영화사 진진 대표, 박정범 감독이 참석했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올해는 표현의 자유 수호와 영화제의 독립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이준동 대표는 “한국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지금의 압박을 이해해야 하며, 그래서 이 사안이 심각한 사태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밀어붙인 예술영화관 유통지원사업에 대해 언급했다. “<다이빙벨>로 발생된 문제가 영화 한편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단체 모두에 적용되었다”고 지적했다. 김난숙 대표는 “작품 한편을 못 틀면 그게 이후에는 50편, 100편이 될 수도 있다. 모두 힘을 모아 연대해야 한다”고 뜻을 전했다. 박정범 감독 역시 “지금 이 사회를 감싸고 있는 잠재적인 폭력과 공포에 대항하는 방법은 연대다. 이번 사안으로 영화제가 훼손될 경우, 더이상 영화제가 아닌 곳에는 작품을 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당면한 문제는 지난 2013년 2월에 위촉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3년 임기가 다음달에 끝난다는 데 있다. 집행위원장 재선임이 되지 않을 경우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이 단독집행위원장이 되거나, 부산시가 원하는 ‘새 시대의 새로운 집행위원장 체제’를 구축할지도 모를 일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영화인들의 연대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이날 좌담에 앞서 국내에서 열리는 영화제들이 지지의 뜻을 밝히는 뜻깊은 자리도 마련됐다.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국내에서 개최되는 5개 국제 영화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기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영화제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공재이며, 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어떤 형태의 외압에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검찰 고발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부산영화인연대는 1월27일 오후 아트시어터 씨앤씨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 수호를 위한 관객 행동’으로 <다이빙벨> 상영과 시네토크를 마련했다. 차이밍량, 고레에다 히로카즈, 구로사와 기요시, 레오스 카락스 감독 등 해외 영화인들과 함께 국내 영화인들의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의 독립성을 요구하는 지지 메시지가 연일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화인들의 의지에 반하는 부산시의 강행이 어디까지갈지 지켜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