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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현실이 드라마 같다면

<시그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오랜 시청자라면, 사건개요를 짚어가는 초반 인터뷰에서 담당 형사의 바지가 나오는지 얼굴이 나오는지에 따라 그날 방송을 보다가 속이 터질 것인가 아닌가를 미리 점치기도 한다. 수사가 허술했거나 증거가 유실되어 속수무책이 된 사건을 다룰 때면, 대개 담당 형사의 하반신만 카메라에 담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그램이 경찰의 무능과 무책임만 조명하는 것은 아니다. 최신 과학수사 기법을 소개하는 날이면 이전엔 증명할 수 없었던 사건의 진실을 밝히며 후련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의지는 간절하나 인력이나 방법이 부족했던 과거와 수사기법이 발전했지만 자료와 증거가 남지 않은 현재. tvN 드라마 <시그널>은 시간을 초월한 ‘무전’으로 이 사이를 잇는다.

2015년의 경찰청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과 1989년의 형사 이재한(조진웅)은 무전기를 통한 공조수사로 (실제 사건과 유사한) 여러 미제사건과 권력층의 부패를 파헤친다. 무당이나 영매 비슷한 신비한 무전기가 있어야 가능한 해결이 현실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우리의 시간은 이어져 있다”는 드라마의 메인 카피를 무전기 없이도 가능케 하는 존재- 과거 재한과 함께 일했고, 현재는 해영의 동료로 미제사건전담반을 통솔하는 경위 차수현(김혜수)으로 인해 납득이 된다. 누군가는 자기 대신 범인을 꼭 잡을 거라고 믿고 수사의 흔적을 남긴 재한과 경찰의 불합리와 무능에 저항하는 해영. 시스템 내부에서 포기를 모르는 집요함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수사를 추진하는 수현. 현실에서도 삼각형의 공조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사건의 해결 외에도 당연히 내부고발로 향하게 되지 않을까? 마치 드라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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