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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된 3D 옴니버스영화 <방 안의 코끼리>
이예지 2016-03-02

<방 안의 코끼리>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된 3D 옴니버스영화로, 박수영 감독의 블랙코미디 <치킨게임>, 권칠인 감독의 멜로 <세컨 어카운트>, 권호영 감독의 SF <자각몽> 세편으로 이루어졌다. 3D로 촬영됐다는 공통점으로 엮인 옴니버스영화이지만, 그중 눈여겨볼 작품은 3D 기술이 돋보이지 않는 장르인 <세컨 어카운트>다. SNS 익명 계정으로 원 나이트를 즐기는 인경(미림)은 한번 만난 남자는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철칙을 깰 정도로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남자(서준영)를 만난다. 그녀는 그가 일하는 중국집을 찾아가지만 뜻밖의 상황에 맞닥뜨린다. <싱글즈> <관능의 법칙> 등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된 권칠인 감독이 그려내는 SNS 연애 풍속도는 흥미롭다. 영화는 익명의 만남에서 시작해 점차 이름이 불리길 원하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장르 특성상 3D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부분은 적지만, 종이가 흩날리고 눈이 내리는 등의 감성적 표현에서 임팩트를 주는 역할을 했다.

<치킨게임>은 해안 절벽에 매달린 차 안에서 여배우(신동미), 수입차 딜러(곽시양) 그리고 여배우를 습격한 괴한(김태한) 등 세명의 대치를 보여준다. 설정은 기발하지만 전개는 허무맹랑할 정도로 개연성이 없으며, 인물들의 종잡을 수 없는 대사만이 상황을 갈팡질팡 몰고 간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인물간의 대사와 관계 변화가 긴장감 있게 표현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CG 대신 세트의 배경에 절벽과 바다의 영상을 영사해 촬영한 REDS 기법을 사용했다. <자각몽>은 타인의 꿈속으로 들어가 사건을 해결하는 특수요원 지섭(권율)의 이야기로, CG와 3D가 동원된 화면은 썩 근사하나 <인셉션>을 비롯한 할리우드 장르영화의 기시감이 지나치게 강하다. 트라우마로 인해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요원의 이야기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클리셰만 나열하고 반복해 아쉬움을 남긴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술이 표현할 이야기가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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