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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미국 대선의 가장 논쟁적인 영화 <13시간>
장영엽 2016-03-02

지난 1월 중순 북미에서 개봉한 <13시간>은 최근 진행 중인 미국 대선 경선의 뜨거운 감자였다. 오바마 정부의 외교 실패 사례로 손꼽히는 ‘벵가지 테러사건’(2012년 9월11일 리비아 무장세력이 벵가지에 위치한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강력한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테러사건 당시 그녀는 국무장관이었다)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공화당원들이 이 영화를 단체 관람하면서 <13시간>은 어느새 2016 미국 대선의 가장 논쟁적인 영화로 떠올랐다.

2012년 9월11일의 리비아 벵가지가 배경이다. 수십명의 리비아 무장 세력이 미국 영사관을 습격한다. 같은 시각 벵가지의 모처에서 CIA 요원들의 경호를 비밀스럽게 돕던 여섯명의 용병들은 괴한들의 습격을 막고 영사관에 남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나선다. <13시간>은 너무 오랫동안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머물러 있는 바람에 맥이 끊겼던 마이클 베이의 액션영화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서류가 잔뜩 쌓인 책상보다 땀냄새 가득한 전장의 한복판이 더 어울리는 <13시간>의 여섯 용병들은 용맹함과 영웅심으로 무장한 전형적인 마이클 베이의 남자들이다. <진주만>과 <더 록>, <나쁜 녀석들> 시리즈가 그랬듯 이번 영화에서도 본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의 전조감과 긴장감, 속도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의 유려한 흐름은 여전하다. 특히 어떤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용병들이 리비아 반군을 말로 설득해 위기를 모면하는 초반부 장면과 벵가지에 위치한 CIA 기지에서 벌이는 최후의 교전이 인상적이다. 문제는 이 영화가 지극히 미국인(더 자세히는 미국 용병)의 시선으로 벵가지 사건을 조명하고 있다는 거다. 모든 등장인물을 아군과 적군, 미국인에 친화적인 리비아인과 그렇지 않은 리비아인의 프레임으로 조명하는 <13시간>의 태도에 선뜻 동의하기는 힘들다. 마치 정답이 너무도 명확한 서술형 답안지를 보는 느낌이랄까. 미국과 중동 문제에 있어서 그게 다가 아니란 걸, 우린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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