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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경쟁 대신 독점

폐해 심각한 영화상영시장의 수요독점 상황 제어해야

글: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CGV는 지난 3월3일부터 좌석과 시간대에 따른 가격 다양화 제도를 도입했다. 사진제공 CGV.

지난 2월 영화계에는 두 가지 큰 이슈가 있었다. 하나는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CGV의 가격 다양화 제도 도입이었다. 이에 대해 트위터 사용자 @antirain03은 “아니 영화를 다양하게 개봉하라니까 가격표를 다양하게 해놨어”라고 일갈했다. 두 이슈는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같은 맥락에 있다. 바로 ‘수요독점’이다.

공급 단위의 배급시장은 CJ E&M 등 국내 4개사와 월트 디즈니 등 4개 직배사가 활발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수요로 직결되는 상영시장은 다르다. 2011년 씨너스가 메가박스를 인수하고 2013년 CGV가 프리머스 시네마를 합병한 이래,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2013년 각각 47.5%, 29.7%, 18.5%의 점유율을 기록해 전체의 95.7%를 지배했으며, 2015년에는 48.7%, 30.0%, 17.7%의 점유율을 기록해 전체의 96.4%를 지배했다. 경쟁 상황으로 평가하면 ‘시장지배적사업자 3사의 점유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비경쟁적 시장이며, 시장 집중도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며, 시장구조로 평가하면 ‘모두 대기업 사업자이고 상영업 외에 투자•배급업을 겸업’하고 있다. 제작업체와의 관계로 보면 ‘상영업자가 압도적으로 우월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상을 고려하면 시장은 수요독점 상황이다.

수요독점은 공급독점과 마찬가지로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공급과 가격의 조절이 가능하다. 수요독점 사업자는 특정 영화의 공급을 비정상적으로 증가시킬 수도, 축소시킬 수도 있다.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과점은 영화나 배급업자의 힘이 아니라 수요독점을 형성한 상영업자의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 수요독점은 소비자의 직접적인 후생 역시 악화시킨다. 관객의 불만에도 강행되는 상영시간 내 광고 상영, 매점 상품의 과도한 바가지, 차별화라는 명분으로 반복되는 관람료 인상 등은 모두 경쟁이 사라진 수요독점으로 인한 폐해다.

수요독점 제어 노력은 영화산업 현안 해결의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독과점 상영업자의 이윤 추구가 영화산업 전체의 이익과 무관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독과점 상영업자의 지위 남용을 막아 경쟁을 촉진하고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법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현안 해결을 위해 직접 ‘공정환경센터’를 설치•운영한다는 영화진흥위원회도 유관 단체 연석회의나 세미나 개최 등으로 변죽만 울려서는 안 된다. 책임감을 가지고 실질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