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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실익과 명분 사이에 놓인 영화 관람료 인상
김현수 2016-03-14

CGV 영화 가격 다양화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CGV 상영관 내부.

극장 관람료 ‘인상’인가, 혹은 합리적 소비 선택의 폭이 넓어진 ‘다양화’인가. 지난 3월3일부터 멀티플렉스 CGV에서 시행된 영화 가격 다양화 정책에 의해 CGV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은 상영시간과 극장 위치, 또는 좌석 위치에 따라 각각 다른 가격을 지불하며 영화를 보게 됐다(전국 22개 위탁 운영 지점은 제외된다). 그런데 시행 전부터 CGV의 변화된 가격 정책에 대해 많은 언론과 소비자들이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주말, 가격 정책이 적용된 후 첫 주말 관객을 맞이했던 CGV는 일부 관객이 가격이 저렴한 좌석을 예매한 뒤에 상대적으로 비싼 좌석으로 옮겨 앉는 모습도 지켜봐야 했다. 왜 이런 가격 논란이 불거진 것일까.

먼저 변화된 CGV 영화 가격 정책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객 스스로 관람 상황에 맞춰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가격대를 세분화했다고 밝힌 CGV의 가격 차등 정책은 크게 상영시간대 기준 차등과 좌석 기준 차등,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이중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좌석 차등 구분이다. 변경된 가격 정책에 의하면 CGV의 모든 상영관 좌석은 앞좌석인 이코노미존(20%), 중간 좌석인 스탠더드존(45%), 가장 뒷좌석인 프라임존(35%)으로 구분해 이코노미존은 스탠더드존 기준 가격에서 1천원 인하, 프라임존은 1천원 인상했다.

이에 대해 CGV쪽은 콘서트, 뮤지컬, 오페라, 스포츠 경기 등의 차등 관람료 형태를 예로 들면서, “앞쪽 좌석이 스크린에 가까워 관객 선호도가 낮은데도 동일한 관람료를 지불하던 기존 제도를 개선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관객이 선호하는 좌석을 프라임존으로 구분해 가격을 1천원 인상했고, 전체 좌석비율을 따져볼 때 결국 상영관별로 약 15%의 좌석 비중만큼 가격이 인상된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영관 형태별로 종전 가격과 동일하게 적용되는 프라임존의 위치를 꼭 중간 좌석이 아니라 여러 취약 좌석으로 확장,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 상영관별로 관객이 느낄 좌석 스트레스가 전부 다른 상황에서 내려진 조치지만 어쨌든 스탠더드존의 좌석점유 비율 45%는 변함이 없다(단, 좌석 자체가 특수한 4DX, 스위트박스 좌석은 위치 구분 없이 동일하게 시간대 차등만 적용한다). 이에 대한 CGV의 입장은 “상영관별 100% 점유율을 보일 때에야 수익이 기대되는 것이지 연평균 좌석점유율이 30%를 겨우 웃도는 지금 상황에서 실질적인 수익이 많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CGV왕십리 아이맥스관 좌석 차등존.

그리고 두 번째로 재정비된 가격 차등 정책은 시간대별 다양화다. 영화 상영 시간대별 관람 가격의 차등은 이번에 처음 시행된 것이 아니다. 기존에 하루를 4단계(조조, 주간, 일반, 심야)로 나누어 가격 차등을 두던 것에서 이번에는 하루를 모닝(오전 10시 이전), 브런치(오전 10시~오후 1시 이전), 데이라이트(오후 1시~4시 이전), 프라임(오후 4시~10시 이전), 문라이트(밤 10시~12시 이전), 나이트(밤 12시 이후) 등 6단계로 세분화해 가격 차등을 두었다. CGV강변점을 기준으로 평일 일반 2D영화를 관람할 시에는 모닝 6천원, 브런치 7천원, 데이라이트 8천원, 프라임 9천원, 문라이트 8천원, 나이트 7천원을 지불해야 한다. 4단계 시행 때와 비교해 시간대별로 인상, 할인폭이 달라졌다. 모닝, 데이라이트, 나이트가 1천원씩 인상됐고 브런치, 프라임, 문라이트 시간대는 기존과 동일하다. 주말은 평일과 달리 시간대를 기존 3단계(조조, 일반, 심야)와 동일한 모닝(오전 10시 이전), 프라임(오전 10시~밤 12시 이전), 나이트(밤 12시 이후)로 나눈 다음, 가격은 기존 심야 시간대에 해당하는 나이트만 2천원 인상해 9천원으로 책정됐다. 조조와 일반에 해당하는 모닝, 프라임 시간대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다. 보다 세분화된 시간대별 차등 가격에 따라 실제 인상된 가격을 지불할 관객층이 나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모닝이나 브런치 시간대를 주로 이용하는 관객의 경우 좌석 차등 적용에 따른 프라임존을 고집하지 않을 경우에는 가격인상 부담이 사실상 없다.

CGV가 단독 운영하고 있는 아이맥스관을 비롯해 특별관과 특수좌석의 경우에도 가격이 각각 차등 적용됐는데, 특별관은 상영관의 특징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했다. 아이맥스관의 경우에는 “전반적 투자비용 상승을 감안해 프라임 시간대의 가격을 인상 조정”해서 평일 프라임과 문라이트 시간대에 1천원 인상된 1만3천원, 주말 프라임 시간대에 2천원 인상된 1만4천원으로 책정했다. 4DX관의 좌석과 스위트박스 좌석은 좌석별 차등 없이 시간대 차별화만을 적용하고 좌석의 위치에 영향을 많이 받는 스크린X, 스피어X관은 좌석과 시간대 모두 차등화하도록 했다. 즉 평일 주중에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에 비해 주말 프라임 시간대에 아이맥스 상영관과 같은 특수상영관에서 영화를 볼 관객은 좌석 위치도 민감하게 선택해야 하므로 최대 2만원의 관람료를 지불해야 하는 셈이 된 것이다. 실제 개별 좌석 가격 상승은 1천원에 불과할지라도 상영환경에 따른 가격 부담 격차는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이렇듯 관람 가격을 복잡하게 세분화하면서까지 CGV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스마트한 영화 관람”을 유도하는 이유는 뭘까. CGV 홍보팀의 조성진 팀장은 “지난 몇년간 고정화된 전체 관객수 안에서 극장 임대료, 인건비 상승 등 원가 부담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CGV 전체 영업 이익률은 해외에서 주로 수익을 올리고 있어 국내 사업에 한정하면 결코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이번 가격 다양화로 인한 일부 인상 요인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보다는 주어진 시장 구조 안에서 마케팅을 세분화한 것으로 봐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대한민국 극장 관람료가 인상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인상 요인과 방식에 대해 보다 섬세한 관객 동의를 얻으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다양성영화와 상업영화에 차별화된 가격 정책을 펴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지금으로서는 다양성영화의 주말 프라임 시간대 스크린 배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아트나인의 정상진 대표 역시 “현재 극장 관람 가격이 지하철, 택시 등 공공요금보다 더디게 인상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차등화 정책이 아니라 분명하게 가격 인상을 하는 것이 현재 붕괴된 극장 가격 체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당하게 가격을 인상하면서 동시에 불필요하게 야기되는 지역 극장간 할인 경쟁을 줄여나가는 것이 오히려 영화계 전체를 위한 동반 성장의 길”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CGV는 관람 가격 인상에 앞서 영화계와의 현실적인 상생 방안 모색과 극장 관객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