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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외유내강

<날, 보러와요> 이상윤

“꼬여 있는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이야기를 꼬아가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이런 캐릭터가 활약하는 장르를 찾자면, 스릴러가 적격이리라. 어릴 때부터 “공부가 가장 재미있었던” 학구파였으며,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과 <라이어 게임>을 탐독하며 범인 찾기에 몰두하던 “추리물 마니아”인 이상윤이 <날, 보러와요>에서 맡은 ‘나남수 PD’는 정확히 전자의 역할이다. 시사고발 프로그램 <추적24시>의 PD인 그는 정신병원에 갇혔던 살인사건 용의자 ‘강수아’를 둘러싼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과거의 명예를 회복하려 한다. 관객을 영화 속으로 안내하는 일종의 내레이터인 셈이다. 이상윤은 영화 외적으로도 사건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골격을 짜맞춰가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철하 감독과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향후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데, 뜻이 잘 통해 의기투합했다. (웃음)”

그가 중점적으로 고민한 것은 “나남수 PD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관객이 흥미를 갖고 따라올까”였다. “요즘 관객은 수준이 높아 반전을 쉽게 예측하지 않나.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을 수 있도록, 취재 과정에서 어려움을 더하는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정보공개가 안 돼 있고, 알고 있던 사실과는 다르고,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방해하는 장애물을 줘서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한번 더 의심하게 하는 거다.” 그는 사건에 정서적으로 몰입된 당사자인 강수아(강예원) 역할과 달리 관찰자 입장에서 “최대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작품에 접근하려 했다. “완성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전체 흐름을 숙지해 이야기 흐름을 튀지 않게 이끌어가는 게 목표였다. 어느 한 장면에서 감정을 쏟아내면 그 장면 자체론 열연이 될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어지지 않고 튀는 장면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작품을 ‘분석’하고 ‘숙지’해야 할 것으로 여기는 이상윤은 비단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아니어도 일찍이 믿음직한 남자였다. 드라마 <내 딸 서영이>(2012)를 보면서 기자의 모친은 늘 “저런 사윗감 데려오라”고 당부하셨을 정도다. 비단 기자의 모친뿐이었을까. 수더분하고 우직해 보이는 외모와 듬직한 체격에 준수한 지성까지 갖춘 그는 <내 딸 서영이>에서 늘 아내의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남편 강우재, <엔젤아이즈>(2014)의 첫사랑만을 바라보는 순정파 엘리트 의사 박동주 등을 연기하며 브라운관의 ‘일등 사윗감’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정작 이상윤은 “‘아침마다 카디건을 걸치고 강아지를 산책시킬 것 같은 이미지’로 살고 싶진 않다”며 웃는다. “실제론 자상하거나 곰살맞게 굴지도 못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아주 성실하게 발휘하는 편도 못 된다. 따듯한 사람이라면 차별 없이 사람들을 매 순간 챙겨줘야 하는데, 나는 내 기분 따라 들쭉날쭉이라. (웃음)” 그는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2015)에서 까칠한 듯 챙겨주는 ‘츤데레’ 차현우, <라이어 게임>(2014)의 냉철한 천재 하우진으로 분해 온화한 ‘훈남’ 이미지에 변화를 시도했다. <날, 보러와요>의 욕심 많은 나남수 PD 역시 그의 이미지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변곡점 중 하나였다. 그는 나 PD와 닮은 점이 많다. “나도 자기 세계가 단단하고 강하고, 하고자 하는 일에 욕심이 많아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편이다. 마냥 웃으며 받아주는 것보다는 이쪽이 내 원래 성격에 가까운 것 같다. (웃음)”

그는 <날, 보러와요>와 <두번째 스무살> 촬영을 동시에 진행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연기의 맛”을 알았다. “한쪽에선 숨막히는 공간에서 윽박지르며 취조하다, 다른 쪽에선 탁 트인 캠퍼스에서 툭툭 장난을 치는 캐릭터로 변신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재미있더라. 여기선 공 갖고 놀다가 저기선 다른 장난감 갖고 노는 기분이랄까.”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재미에 빠진 그는 “기존에 하지 않은 것”에 계속해서 도전하려 한다. “TV드라마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멜로로 수렴하는 경우가 많고, 장르적인 한계가 있는 편이라 아쉬운 면도 있었다. 여태까지 주어진 것들도 감사하지만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으면 좋겠다.” 그가 지금 무엇보다 하고 싶은 건 영화다. “<날, 보러와요>가 영화 작업의 본격적인 첫 단추가 돼서 영화계에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웃음) 스릴러, 강한 액션,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물을 시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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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서나원·메이크업 홍명원 원장(에스휴)·헤어 양인경 원장(에스휴)·의상협찬 eleventy, WOOYOUNGMI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