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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서의 예술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죽은 시인의 사회>(1990)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인물은 에단 호크가 연기한 토드다. 소심한 전학생이었던 그는 키팅 선생님이 해고된 데 대한 저항의 의미로 “캡틴, 오! 마이 캡틴”을 외치며 제일 먼저 책상으로 뛰어오른다. 에단이 토드를 연기한 지도 26년여가 흘렀으니 이제 방황하는 마음 따윈 사라졌을 법도 한데 그는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사춘기 소년 같은 질문을 안고 살았나 보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을 만난 에단은 시모어가 주는 편안한 느낌에 이끌려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와의 대화를 끝내면서 에단은 시모어에게 이런 고백을 했다고 한다. “당신은 내가 연기하면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나에게 알려줬어요.”

시모어 번스타인은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가 시작되면 자택에서 피아노 교습 중인 시모어의 모습이 보인다.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카메라는 집안 곳곳에 비치된 일상 사물들을 비춘다. 이 오프닝은 영화가 삶으로서의 예술을 다룰 것을 예고한다. 에단 호크와 시모어 번스타인의 직접적인 교감이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도 있다. 다만 시모어가 제자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에단과 나눈 교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시모어는 무엇보다 피아노의 소리를 세심하게 들을 줄 알고, 악보 뒤에 숨은 작곡자의 영혼을 느낄 줄 안다. 음악가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은, 시모어의 전방위적 통찰력은 결국 예술이 삶의 문제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에단 호크의 첫 장편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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