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멜로의 무드 <시간이탈자>
이예지 2016-04-13

1983년의 음악 교사 지환(조정석)과 2015년의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는 1월1일 보신각 타종 행사에서 죽을 뻔한 사고를 계기로 꿈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동료 교사 윤정(임수정)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지환은 꿈을 통해 그녀가 살해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건우의 앞에는 윤정과 꼭 닮은 교사 소은(임수정)이 등장한다. 지환과 건우는 과거 윤정의 죽음과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 그리고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소은에게까지 미치는 위협을 막기 위해 각각의 시대에서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SF스릴러를 멜로적인 감성으로 푼 영화다. 이야기는 꿈을 매개로 시간을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가 쌍방향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알고리즘을 꽤 정교하게 구성한다. 퍼즐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조각처럼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강 반장(정진영)을 비롯한 부차적인 인물의 설정 등 디테일한 면에서도 구조를 공들여 짠 흔적이 역력하다. 시간을 오가는 구조는 안정적이나, 정작 문제는 메인 플롯이 되는 과거의 살인사건 그 자체다. 범인이 너무 쉽게 예상돼 재미를 반감시키는 건 둘째치고, 범인의 캐릭터와 그가 발 딛고 있는 배경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일차원적이다. 그의 살인 행각들은 다소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정도로 개연성이 떨어져 김이 빠진다. 30여년의 세월까지 오가며 살인사건을 막는 거대한 구조의 이야기에서, 정작 그 반대축이 되어야 할 안타고니스트가 튼튼한 토대를 확보하지 못하니 전체가 붕 떠버릴 수밖에 없다.

이 서사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건 멜로의 무드다. 이 영화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매진하는 목표는 오로지 연인의 구원, 곧 사랑이다. 1인2역을 한 임수정의 얼굴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영화는 올드하지만 클래식한 감성으로 도미노를 쌓듯 지고지순한 사랑을 완성해나간다. 마지막 시퀀스는 곽재용 감독의 전매특허인 멜로적 감성이 여실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멜로와 SF, 스릴러가 모여 일명 ‘감성추적스릴러’가 됐다지만 사실 새로울 건 없고 오히려 복고적인 느낌마저 든다. 남은 건 결국 곽재용 감독의 인장이 깊이 새겨진 멜로드라마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