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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좁혀지는 세 인물의 거리 <두 개의 연애>
문동명 2016-04-13

꽤 잘나가는 영화감독 인성(김재욱)은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작가 윤주(채정안)와 비밀 연애 중이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명목으로 혼자 강릉에 온 인성은 취재차 한국에 온 전 여자친구 미나(박규리)를 만나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서서히 취기가 오른 그는 미나에게 치근덕거리기 시작하고, 미나는 여지없이 거절하고 강릉을 떠난다. 다음날 윤주가 강릉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인성은 터미널에서 그녀를 기다리다가 윤주와 미나가 같은 버스에서 내리는 걸 목격하고, 미나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데뷔작 <맛있는 인생>(2010) 이후 해마다 신작을 내놓고 있는 조성규 감독의 일곱 번째 영화. 늘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찍어오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영화감독이라는 주인공의 직업, 여행지인 강릉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 아기자기한 식도락 등 감독의 꾸준한 관심사가 전반을 채운다. 자기복제라고 치부하기엔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 공들인 티가 역력한 대사는 일상 속 대화처럼 익숙하게 들리고, 주인공 인성이 허둥지둥 거짓말을 거듭하는 과정은 계속 지켜보게 된다. 세 인물의 거리가 점차 좁혀지면서 생기는 긴장은 인성의 계속되는 지질한 행동의 따분함을 순화시킨다. 영화를 이끄는 인성에 비해 남자의 빤한 수를 꿰뚫는 것 같으면서도 활기를 잃지 않는 윤주와 무리한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면서도 침착하게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미나의 매력이 크다. 다만 핸드헬드 카메라의 작위적인 활용은 영화가 지향했을 리얼리티를 오히려 방해한다는 인상만 안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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