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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그린라이트 켜고 함께 걷기

제1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제1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인 4월20일 광화문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4월20일은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이 지닌 시혜적 의미를 거부하며, 장애인들 스스로 차별의 벽을 깨고 당당한 시민권의 주체로 살겠다는 의지를 담은 날이다. 영화제는 4월23일까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리며, 총 36편의 출품작 중 엄선된 18편을 포함해 총 21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으로는 단편 극영화 <영우>(감독 강민지)가 선정되었다. 발달장애인 영우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간다. 재혼 후 따로 가정을 꾸린 아버지는 영우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영우의 유일한 친구였던 개 복순이가 죽은 뒤, 영우는 복순이의 개줄에 묶이는 신세가 된다. 할머니가 쓰러졌지만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는 영우를 담은 엔딩은 더없이 막막하다. 영화는 부양의무제가 지닌 논리적 맹점을 보여준다. 장애인을 돌보는 일차적 책임을 가족에게 지우는 것은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국가의 방기 속에서 장애인은 인간적인 존엄을 지킬 수 없으며, 가족의 삶도 피폐해진다.

폐막작으로는 단편다큐멘터리 <피플퍼스트>(감독 장호경)가 선정되었다. 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대회로, 영화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2015년 피플퍼스트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상영작 <설희>(감독 배연희)는 <영우>와 옴니버스로 만들어진 영화로, 발달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다룬다. 발달장애인 설희는 남성들의 성적인 손길을 호감으로 오인한다. 영화는 비장애인 연희의 시선으로 동창생 설희의 상황을 비춘다. 영화는 내내 우려의 시선을 드리우던 연희가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관심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희의 행동은 옳지 못하지만,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귀찮아진 연희의 팍팍한 삶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영화는 장애인 이웃에 대한 관심의 눈길을 거두었을 때 얼마나 우려스러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경고하며, 무관심에 대한 죄의식을 일깨운다.

상영작 중에는 청각장애인들을 그린 단편다큐멘터리 <나는 소리를 본다>(감독 강주희)와 비장애인이지만 휠체어 농구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특수체육교육과 학생들을 그린 다큐멘터리 <24초 바이럴레이션>(감독 공성룡) 등이 포함된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며 부양의무제 문제를 꼬집은 다큐멘터리 <사람이 산다>도 연대 상영 형태로 상영된다. <사람이 산다>는 2016년 인디다큐페스티발 개막작이자 관객이 뽑은 폐막작으로 선정된 수작이다.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그린라이트를 켜자!”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거리투쟁에 나선 장애인들의 삶을 응원하는 구호다. 그 밖의 영화제 부대행사로 ‘장애코드로 영화 읽기’ 강연과 ‘장애운동과 기록’ 간담회 등이 마련되어 있다. 20일 오후 6시부터는 광화문 야외무대에서 특별한 레드카펫 행사도 펼쳐진다.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모든 영화는 무료이며, 자막이 지원된다. 개•폐막작에는 화면해설이 지원되며 개•폐막식을 비롯해 관객과의 대화나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 수화통역이 있을 예정이다. 홈페이지 www.420sdf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