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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웨이트 오브 워터
2002-03-26

시사실/웨이트 오브 워터

■ Story

1873년 미국 메인주의 스머티노즈섬. 두명의 여자가 도끼에 찍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마렌(사라 폴리)은 올케와 언니의 살인자로 떠돌이 루이스 와그너를 지목한다. 별다른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채 사건은 와그너의 교수형으로 종결된다. 그로부터 100여년 후, 사진기자인 진(캐서린 맥코맥)은 이 ‘숄군도의 비극’을 취재하기 위해 남편 토마스(숀 펜)와 시동생 리치, 그의 연인 에덜라인(엘리자베스 헐리)과 함께 요트를 타고 취재여행을 떠난다.

■ Review 100년 전 일어난 끔찍한 도끼살인사건. 수많은 의혹을 남긴 판결. 그러나 누가 범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범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에서 ‘진짜 범인’은 단지 맥거핀일 뿐이다. <폭풍속으로> <블루스틸>등을 통해 힘있는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여성감독 캐스린 비글로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대신 미묘한 심리극을 택했다.

아니타 쉬레브의 동명소설을 기초로 한 <웨이트 오브 워터>는 1873년 3월6일 노르웨이 이민자들에게 일어났던 참혹한 도끼살인사건과 그 사건의 진실을 쫓는 현재의 사진기자, 그리고 그 사진기자를 둘러싼 미묘한 애정관계 등, 현재와 미래 그리고 사실과 허구 사이를 교차편집으로 누빈다. “여자는 남자보다 동기를 더 잘 숨겨.” 초급자라도 쉽게 유추할수 있는 단서들이 툭툭 던져지며 초반엔 맥빠진 스릴러처럼 진행되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일면식조차 없던 과거의 여성과 커뮤니케이션 상태에 이르는 진의 심리적 긴장이 스크린을 점차 옥죄어간다.

광활한 스펙터클과 함께 끝모를 공포를 감춘 ‘바다의 무게’에 눌린 인물들은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닮은 점이 많다. 과거의 외딴 섬과 현재의 요트는 고립된 공간으로 병치되고, 애덜라인을 향한 남편의 시선 속에 증폭되는 진의 불안감과 사랑한 오빠를 올케에게 빼앗긴 마렌의 막막함은 같은 신경계를 자극한다. 결국 영화를 이끌어가는 연료이자 모든 사건의 시작은 스멀스멀 인간의 의지를 좀먹는 질투의 감정이다. 이 차갑고 기묘한 질투는 요트 위에서 썬탠을 즐기는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화면 전체를 서늘하게 식힌다.

그러나 조금씩 변주되는 ‘반복재생’을 통해 구체적이고 다소 설명적이기까지한 과거 대목들에 비해 현재의 사건과 감정들은 모호하게 처리된 구석이 많다. 애덜라인의 유혹의 이유도, 토마스가 간직한 첫사랑의 비밀도, 끝내 건네지지 않고 함구된다. 백은하 luc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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