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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세계와 캐릭터의 구축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주현 2016-05-04

불법 흥신소 활빈당의 우두머리로, 세상에 폐 끼치는 존재들을 암암리에 처단해온 홍길동(이제훈)은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에게 복수하기 위해 20년을 헤맸다. 마침내 길동은 김병덕의 소재를 파악하지만 복수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그를 놓친다. 김병덕을 납치한 이들을 뒤쫓는 과정에서 무시무시한 계획으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으려는 검은 조직 광은회의 실체가 드러나고, 광은회의 실세 강성일(김성균)과의 만남은 홍길동의 잃어버린 기억을 소환한다. 더불어 김병덕의 행방을 추적하는 길에 어쩌다 동행하게 된 김병덕의 두 손녀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은 홍길동의 발목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붙잡게 된다.

귀찮아, 귀찮아 죽겠네, 이렇게 귀찮은데 죽을 수는 있을까, 라는 홍길동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온정은 없지만 정의로움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는 홍길동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배우 이제훈의 매력과 결합해 홍길동은 어렵지 않게 호감과 공감을 획득한다. 시공간을 명확히 하지 않음으로써 현실과 판타지를 마음껏 오갈 수 있는 자유도 얻는다. 그것이 영화에 독특한 분위기와 비주얼을 선사한다. 단편 <남매의 집>(2009), 장편 <짐승의 끝>(2010), <늑대소년>(2012)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조성희 감독은 독특한 세계와 캐릭터의 구축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연출자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전작에서 보여준 자신의 스타일을 끝까지 밀어붙인 듯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독특한 세계,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비해 서사의 밀도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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