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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틀리는 것조차 아름답게 느껴졌던 경험 - <델타 보이즈> 이웅빈, 신민재, 백승환, 김충길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6-05-16

백승환, 이웅빈, 김충길, 신민재(왼쪽부터).

“개인적으로 이 영화로 ‘쇼부’를 보고 싶었다.” 배우 백승환의 얘기다. 백승환을 비롯해 이웅빈, 신민재, 김충길 네 배우는 고봉수 감독을 만나 연기다운 연기를 하게 된다. 고봉수 감독은 네 배우에게 ‘기회’를 줬고, 네 배우는 영화에 ‘숨’을 불어넣어줬다. 네 배우가 없었다면 <델타 보이즈>는 리얼리티를 확보하지 못한 어설픈 코미디가 됐을지도 모른다. 음악이 하고 싶은 남자들의 이야기는 곧 연기를 하고 싶은 네 배우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봉수 감독의 작품을 제하곤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역 경험이 전부인 이들이지만, <델타 보이즈>는 네 배우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과 매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캐릭터가 비슷하다고 들었다.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듯한 느낌도 많이 들었겠다.

=백승환_그래서 영화가 자연스럽고 날것의 느낌이 나는 것 같다. 일단 감독님의 설정이 30,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70이었다.

김충길_대본은 따로 없었고 상황만 주어졌다.

백승환_각자의 모습을 극대화해서 영화적으로 표현한 거다. 평소에 나는 잘 참는 성격이고 자신감도 부족한데 그런 모습이 일록에게 많이 반영됐다.

이웅빈_미국에서 14년을 살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 따라 미국으로 이민갔다. 시카고에선 음악경영을 공부했다. 막연히 영화배우가 꿈이었는데 시카고에서 고봉수 감독님을 만나 2009년에 처음으로 단편영화를 찍었다. 사실 내가 이민 실패 케이스다. (웃음) 미국에서 나는 한국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데 막상 한국에 돌아오니 나는 온전한 한국 사람이 아니더라. 실제로 정체성의 혼란을 많이 겪었고, 영화 속 예건도 내 상황을 가져온 캐릭터다.

신민재_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대용은 음악이라는 꿈을 좇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다. 나 역시 연기라는 꿈을 좇는다는 이유로 주위에 민폐를 많이 끼치는 것 같다.

김충길_아내와 함께 도넛 장사를 하는 준세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현실적인 인물인 것 같다. 헤어스타일도 나만 멀쩡하고. 영화에서도 그런 잔소리를 하지만 실제로도 형들 걱정하는 얘기를 종종 한다.

-“왜 그렇게 노래가 하고 싶어요?”라는 물음에 “축구선수 김병지 알아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대용의 긴 독백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다 함께 노래 부르는 엔딩 장면도 좋았고.

=신민재_고봉수 감독님이 단편 때부터 영화의 시그니처처럼 내 캐릭터의 독백 장면을 만들어주곤 했다. 이번에도 ‘독백 한번 해봐’ 하시기에, 무슨 얘길 할까 고민했다. 극중 헤어스타일이 김병지 스타일이기도 해서 김병지 선수를 소재로 대사를 써봤다. 결국 내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사람들에게 그 꿈을 말하는 게 창피하더라.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하면 애들이 놀릴 것 같아서 장래희망 적는 칸에 허위로 꿈을 적었던 기억도 난다.

백승환_엔딩 장면 찍을 땐 정말 긴장됐다. 감독님이 ‘이 장면은 딱 한번만 갈 거야. 너희가 잘하든 못하든, 틀리든 맞든 한번만 갈 거야’ 그러셨다. 두번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으니까, 진짜 무대에 선 것처럼 노래 불렀다. 결국은 다들 동작 틀리고, 노래 틀리고. (웃음) 그런데 그게 훌륭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틀리는 것조차 아름답게 느껴졌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탄생한 건가.

=백승환_드레드 헤어스타일은 내가 감독님께 건의했다. 일록은 캐릭터가 튀지 않아서 이미지만큼은 강렬해야 될 것 같았다.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 40만원 주고 머리 했다.

신민재_감독님이 최대용 캐릭터는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맥가이버 머리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도 동네에 그런 머리 하고 다니는 사람이 꼭 있다. 뒷머리를 더 길러 김병지 선수 스타일로 가면 재밌을 것 같아서 뒷머리를 붙였는데, 그런 헤어스타일로 일상을 보내려니 좀 난처했다. 사촌 동생 결혼식날에 축의금 받는 일을 하게 됐는데, 사람들이 내 머리 보고선 돈 내러 왔다가 그냥 돌아갔다. (웃음)

-워낙 저예산이라 출연료 없이 연기했다.

=김충길_평소에 우리끼리 같이 연기하면 정말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 그런데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니까 그저 좋았다.

백승환_촬영 전에 고봉수 감독님이 그런 얘기를 했다. ‘완성된 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촬영 끝나고 일주일쯤 뒤 조촐한 상영회를 가졌다. 일반 관객의 반응은 싸늘했지만 난 너무도 감동스러웠다.

신민재_이 영화를 찍으면서 하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뒀다. 촬영하는 동안 빚 독촉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그런데 현장에 가면 너무 기쁘고 재밌었다. 상영회날 영화를 보는데 딱 느낌이 왔다. 이거 좋다, 그런 벅차오름이 있었다.

이웅빈_처음 편집본을 봤을 때 그냥 눈물이 났다. 예건의 모습에서 불쌍한 내 모습이 너무 많이보여서 그랬던 것 같다. 영화에서 예건이가 노래를 별로 안 하고 싶어 하는 듯 보이지만 마지막엔 제일 열심히 하잖나. 나도 그렇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은데 사람들한테 말은 못하고, 그러다 누가 조금만 등 떠밀어주면 신나서 제일 열심히 한다.

-각자의 특기가 궁금하다. 자기 자랑이 쑥스러우면 상대배우 자랑도 좋다.

=백승환_우린 아르바이트를 잘한다. (웃음)

김충길_웅빈이 형은 관찰을 잘하는 것 같다. 젓가락으로 이쑤시는 장면도 할아버지를 관찰하다 나온 장면이라더라. 성대모사도 잘하고.

이웅빈_충길이는 순간 몰입도가 대단하다. 리허설 할 때 동사무소 직원, 생선 가게 손님 등 단역들 연기를 충길이가 도맡아 했는데, 그럴 때조차 엄청 몰입해서 연기하더라.

백승환_남의 연기를 직접 보고 저 사람 진짜 연기 잘한다고 생각한 유일한 사람이 민재 형이다.코미디면 코미디, 정극이면 정극 모든 면에 능통한 다재다능한 배우다.

신민재_승환이도 다 된다. 멋있는 것도 되고, 코미디도 되고. 센스도 좋고 표현력도 좋다. 우리끼리 칭찬하는 거라 신빙성이 떨어질지 몰라도 정말 연기 잘한다.

백승환_낯뜨겁다, 정말. (웃음) 이 말들이 진짜라는 걸 다른 관객도 어서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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