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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6월2일부터 8일까지 메가박스 신촌에서
이예지 2016-06-01

<서프러제트>

여성 혐오가 만연한 시대 한가운데,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슬로건 아래 제18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린다. 6월2일(목)부터 8일(수)까지 7일간 메가박스 신촌에서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에선 여성의 시각으로 인생, 사랑, 역사, 사건을 조명한 27개국 118편의 초청작을 상영한다. 포문을 여는 개막작은 여성들의 참정권 운동을 담은 <서프러제트>다. 최근 여성감독들의 신작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물결’ 섹션에선 <후쿠시마 내 사랑>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 등 인생에 대해 섬세한 필치로 접근한 드라마와 더불어 <체르노빌의 할머니들> <활동적 삶: 한나 아렌트의 정신> 등 역사의 이면과 시대정신을 담은 드라마를 상영한다. 매해 특정 국가의 영화를 소개해온 지역 특별전에선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 ‘프랑스 여성영화 120년, 1896-2016 : 알리스 기-블라쉐에서 뉴 제너레이션까지’를 마련했다. 1896년 여성감독 최초로 극영화를 제작한 알리스 기 블라슈 감독의 <페미니즘의 결과> 등의 단편으로 시작해 프랑스 여성영화의 계보를 훑고, 뉴 제너레이션 여성영화 <다가오는 것들> 등을 상영한다.

주목해야 할 올해의 쟁점은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극장’이다. 이 섹션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다양한 국가에서 다각도로 다룬 <잊혀진 필리핀 위안부>(2015), <침묵> 등의 영화를 상영한다. ‘퀴어 레인보우’ 섹션에서는 왕자로 길러진 스웨덴 여왕 크리스티나의 연대기를 그려낸 시대극 <걸 킹 크리스티나>, 한국 노년의 레즈비언 부부의 삶을 극영화로 담아낸 <깊고 오랜 사랑> 등 다양한 퀴어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2015년 작고한 샹탈 애커만 감독에 헌사하는 섹션도 준비돼 있다. 모든 범주에서 탈주하며, 국경의 이미지를 자유롭게 담아낸 감독의 유작 <노 홈 무비>, 그리고 그녀의 영화 세계를 조명한 마리안느 랑베르의 다큐멘터리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샹탈 애커만의 영화> 등을 상영한다.

추천 작품 6선

<서프러제트>

사라 개브론 / 영국 / 2015년 / 107분 / 픽션 / 개막작

1912년 런던, 남성보다 적은 임금과 고단한 노동, 성희롱에 시달리는 세탁 공장 노동자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는 한 가정의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였지만, 우연한 계기로 여성 참정권을 위한 법정 증언에 참석하게 된 후 ‘서프러제트’의 일원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는 편견과 폭력에 내몰리며 가정도 직장도 잃지만, 여성도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신념을 잃지 않는다. 영화는 여성사회정치연합을 이끌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도, 국왕이 참석한 경마대회에 투신자살하며 여성 참정권 운동의 불씨를 지핀 에밀 리 와일딩 데이비슨이 아닌 평범한 여공, 모드 와츠의 시선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차별, 성적 착취를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왔던 모드 와츠는 사회구조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딸이었을지도 모를 아이, 후세대를 위해 행동하고 소리친다. 영화는 극적 타결을 보여주는 대신 불과 100여년 전, 남성과 동등한 투표권 한표를 위해 몸을 던졌던 그녀들의 면면을 보여준다. 모드 와츠 역을 맡은 캐리 멀리건의 평범한 듯 온유한 표정은 그녀들의 얼굴 그 자체다.

<걸스 로스트>

<걸스 로스트>

알렉산드라-테레세 카이닝 / 스웨덴 / 2015년 / 106분 / 픽션 / 퀴어 레인보우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킴과 벨라, 모모 세 레즈비언 소녀는 하루 동안 남자로 변하게 해주는 마법의 꽃을 발견한다. 새로운 신체를 얻은 소녀들은 그들에게 새로이 열려 있는 세상을 경험한다. 곧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벨라와 모모와 달리 킴은 남자로 변한 모습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느낀다. 킴은 반항아 소년 토니와 어울리며 도둑질, 마약 등 일탈과 반항을 만끽하며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재기발랄한 판타지로 시작해 성적 지향성, 그리고 성애의 대상까지 심도깊게 파고 내려가는 성장 드라마다. 영화는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여성의 신체 속에서, 판타지라는 소재를 빌려 경계 너머로 끊임없이 발돋움하고 진정한 자신을 찾으려는 소녀들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을 추적한다.

<숨 막히는>

<숨 막히는>

멜라니 로랑 / 프랑스 / 2014년 / 90분 / 픽션 / 프랑스 여성영화 120년

감성적인 17살 소녀 샤를린은 생기 넘치고 자의식 강한 전학생 사라에게 단숨에 매료돼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러나 오로지 둘만이 세계의 전부인 것 같은 꿈같은 나날은 금방 기한을 다하고, 사라는 샤를린의 주변인들을 장악해 그녀를 고립시키지만 그녀에게 매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작가 안 소피 브라슴이 17살 때 쓴 소설 <숨쉬어>를 원작으로 하며, 배우 멜라니 로랑이 연출했다. 사춘기 소녀들의 과잉된 자의식이 만나 교집합의 세계가 구현된 찰나의 희열과 잔인한 균열의 순간을 포착해낸 작품.

<눈길>

<눈길>

이나정 / 한국 / 2015년 / 119분 / 픽션 / 쟁점: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극장

일제의 수탈 속에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종분(김향기), 그리고 그가 동경한 부잣집 소녀 영애(김새론)는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막사로 끌려가 위안부가 된다. 고고하기만 했던 영애는 고통의 나날 속에서 자결을 시도하고, 종분은 그런 그녀를 필사적으로 막으며 그들 사이에 계급을 넘은 연대의 감정이 애틋하게 싹튼다. 두 소녀가 고통의 끝에서 서로를 마주안고, 탈주하며, 또다시 끌어안는 모습은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종분과 영애의 미래는 길을 달리했고 한참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 곁에 남아 있다. 그 삶엔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현재의 소녀(조수향)도 함께일 것이다.

<호스트 네이션>

<호스트 네이션>

이고운 / 한국 / 2016년 / 90분 / 다큐멘터리 /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호스트 네이션>은 26살 필리핀 여성인 마리아가 미군 클럽의 외국인 가수로 일하게 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한국의 성매매 산업의 실체를 폭로한다. 필리핀 다바오시 빈민촌 출신 마리아는 가수가 되고 싶은 열망을 품고 있다. 마닐라의 매니저 욜란다에게 스카우트됐을 때 그녀는 꿈을 이룬 것 같았지만, 그 꿈의 실체는 한국 미군 클럽의 성 산업에 근무하는 것이었다. 영화는 한국과 필리핀 사이에 긴밀하게 형성된 이 산업이 여성을 물건처럼 수입하고 되파는 과정을 집요하게 취재하며, 이 거래에서 이익을 취하는 수혜자들의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아무일도 없었다>

<아무일도 없었다>

김민숙 / 한국 / 2016년 / 24분 / 픽션 / 단편 경쟁

혼자 살고 있는 여성, 준희의 집에 침입자가 다녀간다. 그녀의 공포는 점점 깊어지지만 주변인들은 준희의 불안을 예민한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여성 혐오 살인사건 피해 여성에 대한 추모의 말들이 SNS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지금, 혼자 사는 여성으로서 안전히 살기란 운에 기대는 일이 되고 말았다.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자리한 여성의 불안과 공포를 스릴러의 문법으로 풀어내며, 그 모든 것을 과민한 것으로 치부하는 사회의 불감성을 고발하는 작품으로, 단편 <기린과 아프리카>를 연출한 김민숙 감독이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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