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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희망과 절망을 보고, 한 차례 성장했다 - <곡성> 부제 역의 김도윤
이예지 사진 오계옥 2016-06-01

영화 2016 <곡성> 2012 <26년> 2012 <마이 라띠마> 2012 <하울링>

연극 2011 <대한국인 안중근> 2010 <별방> 2010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어찌하여 너희는 마음에 의심을 품느냐?” <곡성>은 누가복음 24장 37~39절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이 구절을 극중 누구보다 마음속 깊이 품었을 인물은 부제인 양이삼일 것이다. 신앙은 있지만 아직은 어리숙하고 유약한 이 부제는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종구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믿을 수 없는 광경들을 목격하며 혼란에 빠져든다. 부제를 맡은 배우 김도윤은 “주위에선 계속해서 끔찍한 일을 당하는데, 내가 믿는 신은 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가”에서 그의 의심이 출발한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나홍진 감독의 작가적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라 할 법하다. 김도윤은 성직자들을 만나며 “믿음을 시험당하는 상황에선 어떻게 할지, 옳다고 믿은 게 흔들렸을 때 어떤 기분일지”에 대해 물었다. 충분한 답변을 수집한 그는 ‘신’을 ‘배우자’의 개념으로 치환해 이해했다. “성직자는 신과 결혼을 한 셈이잖나. 내가 누군가와 결혼을 했는데, 배우자가 내가 생각했던 인물이 아니라는 의심이 쌓여간다면 어떨까. 믿고 있던 신념이 흔들리는 과정을 그런 심정으로 표현하려 했다.”

김도윤은 이삼을 “아직은 순진하고 혼란스러운 부제”라고 말한다. “한 부제님이 강론하는 걸 봤는데, 상당히 긴장하면서 신자들의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더라. 이삼 역시 그런 단계일 거다.” 나 감독이 김도윤에게서 찾은 이미지도 그런 “어리숙함”일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감독님의 팬이라 <황해> 때 제작사에 프로필을 4번이나 냈지만 오디션조차 못 봤다. 그런데 어느 날 연락이 와서 오디션을 보라는 거다. <26년>(2012)에 어리바리한 의경 역으로 단역 출연한 것을 눈여겨본 감독님이 저 배우를 찾아보라고 수소문했다더라.” 곡절 끝에 나홍진 감독과 만난 김도윤은 오디션을 장장 두 시간이나 봤다. “부제 역의 대사를 여러 번 시켜보시더라. 확신이 안 드는 눈치셨다. 이 역할을 꼭 하고 싶다고 간절히 어필했다.” 당연히 떨어진 줄로만 알았던 그는, 캐스팅됐다는 전화를 받고 믿을 수 없었다. “아내는 거짓말하지 말라더라. 상황이 어려우니 헛된 희망이나마 주려고 그러는 줄 알고. (웃음)”

캐스팅이 된 후에도 의심은 계속됐다. “내 것이 됐지만, 촬영장을 가면서도 ‘내가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좌절과 희망 사이를 오갔다.” 그는 양이삼 부제가 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태닝을 하며 촌티 나는 모습을 만들었다. 외지인과 일본어로 대화하는 설정을 위해 난생처음 일본어 공부에도 열을 올렸다. 좀비 액션 신에서 얼굴을 물어뜯기는 연기도 공들인 부분이다. 특수분장을 매번 한 시간씩 했고, 5일간 이어진 촬영 도중 기절하기도 했다. “물어뜯기며 비명을 지르던 중 컷 소리를 듣고 쓰러졌는데, 잠시 의식을 잃었다. 순간 체력이 방전된 것 같다. (웃음)” 혹독한 촬영을 거친 그는 나 감독을 “스승님”이라 여긴다. “감독님은 원하는 장면에 도달할 때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후회 없는 장면들을 만들어주는 게 배우 입장에선 감사하다. 감독님이 오케이를 했을 땐 정말 오케이인 거니까. 그 오케이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웃음)”

1981년생, 36살. 어리지 않은 나이인 그는 4개월 된 아들이 하나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연출 전공으로 입학한 뒤, 워크숍에서 연기의 즐거움을 깨닫고 연기 전공으로 전향한 그는 졸업 후 몇편의 단역에 출연했다. <곡성>에서 처음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생애 첫 인터뷰를 하게 됐지만, 아직도 “계속 연기를 해도 될까, 이걸 해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의심과 싸워내며 계속해서 연기를 하는 간절함의 동력은 뭘까. “주변에서 연기보다 다른 걸 하면 더 잘할 거라고 권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연기다. 오기가 생겼고,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다.” <곡성>은 그의 마음에 한 줄기 믿음을 준 작품이다. “<곡성>에서 희망과 절망을 보고, 한 차례 성장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현혹되지 말고, 의심하지 말라는 <곡성>의 테마는 양이삼 부제라는 배역과 함께, 배우 김도윤의 연기 인생도 관통하는 셈이다. “다만 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곡성>은 내 인생에 있어서 넘어야 할 산 중 하나였다. 얼마나 거대한 산들이 있을진 모르지만, 넘어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절망과 희망, 의심과 확신이 그의 삶을 스치고 간 자리는 벌써 단단히 여문 듯했다. “차기작은 아직이다. 아직 소속사도 없다”며 웃는 그의 얼굴에서 그 너머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곡성>

외지인 집을 방문하는 신

양이삼 부제는 종구와 외지인 사이의 대화를 통역하며, 그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조율하는 동시에 종종 엇나가는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신의 리듬을 완성한다. 김도윤은 일본어를 잘하는 친구에게 대사를 녹음해달라고 해 연습하되 능통해지지는 않도록 경계하며 통역 신을 준비했다. “구니무라 준이 매 테이크 새로운 걸 보여주니 나는 리액션만 잘하면 됐다. 배우 자체에게 압도당하는 느낌이 외지인에게 압도당하는 느낌과 섞여서 진정성 있게 표현된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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