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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수요 중심의 영화 상영정책 논의하는 일본의 ‘전국 커뮤니티 시네마 회의’

글: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사진출처 ‘다카다세카이칸’ 웹사이트

일본의 예술영화관(미니시어터)과 영화제, 자주상영단체, 시네클럽, 영화를 상영하는 공공문화시설 그리고 영화 배급사 등은 1996년 이래 영화 상영 활성화를 위한 교류와 협동, 그리고 정책 개발을 위해 매년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2003년 ‘커뮤니티 시네마’를 선언한 이래 ‘전국 커뮤니티 시네마 회의’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는 이 컨퍼런스의 2015년 토론 주제는 ‘영화상영 진흥정책’이었다. 이 주제는 2014년에도 이미 한 차례 토론된 바 있는데, 이후 1년간 워킹그룹을 통해 좀더 구체적인 정책안이 개발되었고, 이것이 2015년 발표되었다.

2015년 제안된 영화상영 진흥정책의 목적은 ‘지속 가능한 형태의 영화관객 개발’이었다. 영화관객 개발을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양적인 측면은 글자 그대로 전체 영화 관객수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1억6235만여명이었던 일본의 전체 영화 관객수는 2013년에 1억5589만여명으로 4% 정도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영화 관객수가 1억1948만여명에서 2억1335만여명으로 80% 정도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심각하다. 일본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관객의 양적인 증가가 절실하다. 질적인 접근은 관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구성하는 시민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지역 공동체에는 연령, 성별, 인종 등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하는데,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 구성원들이 고립되지 않고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도록 해야 한다. 영화상영 활동(과 그 공간)이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들- 특히 여성, 아이, 노인, 외국인, 저소득층 등 비주류 계층- 을 통합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공동체의 융화와 함께 창의적인 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이 질적인 측면의 관객 개발이다. 지속 가능한 영화관객 개발은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제안의 골자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문화적 거점으로서의 영화관 지원과 찾아가는 상영을 통한 영화 체험의 확대, 그리고 네트워크를 연결할 인재 육성, 지역 영화 환경에 대한 기초 조사와 활용 등을 제안했다.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을 폐지하고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 사업을 도입한 영화진흥위원회의 상영정책이 공급 중심의 접근이라면, 이 제안은 영화상영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는 수요 중심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영화진흥의 목표가 공급자의 수익 창출만이 아니라면 영화가 시민의 삶에 좀더 천착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요 중심의 정책 도입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