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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소수의 이야기 아닌 평범한 다수의 이야기 <서프러제트>
이주현 2016-06-22

서프러제트(suffragette)는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선 여성의 참정권 획득을 위한 입헌운동이 진행됐고, 1903년 에머린 팽크허스트가 ‘여성사회정치동맹’을 결성하면서 서프러제트의 과격한 행동을 이끌었다. 그 결과 1928년 영국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서프러제트>는 20세기 초 세탁공장의 평범한 노동자였던 한 여성이 서프러제트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통해 여성 해방운동의 뜨거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들춘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이며 또한 세탁공장 노동자인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는 런던 시내에서 서프러제트들이 돌멩이로 거리의 유리창을 깨뜨리며 시위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가혹한 노동현실과 부당한 처우를 묵묵히 견뎌오던 모드는 우연한 기회에 의회에서 여성들의 현실을 발언할 기회를 얻는다. 부당한 현실을 바꾸려면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있어야 하고, 투표권을 얻기 위해선 행동해야 함을 깨닫게 된 모드는 여성사회정치동맹 회원들과 함께 시위에 나선다. 시위에 참가한 대가는 컸다. 남편 소니(벤 위쇼)는 모드를 집에서 쫓아내고 아이와의 만남도 허락지 않는다. 경찰에선 모드를 비롯한 여성사회정치동맹 회원들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 세탁공장의 남자 노동자들은 이런 말을 한다. ‘투표권을 달라고 한 다음엔 법을 바꾼다 할 테고, 그런 다음엔 의회에 진출해 정치를 하겠다고 할 판’이라고.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사회적으로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였지 오롯한 주체이지 못했다. 여성사회정치동맹 회원들은 공공기물을 파손하며 범죄자로 낙인찍히지만, 에머린 팽크허스트(메릴 스트립)의 연설처럼 “법을 어기는 사람이 아니라 법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다시 돌멩이를 든다. 사라 가브론 감독은 유명한 여성 운동가가 아니라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한다. 여성의 참정권 쟁취 투쟁이 특별한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다수의 이야기였음을 전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에머린 팽크허스트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은 짧은 등장에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며, 평범한 여성의 얼굴을 대변한 캐리 멀리건 또한 더없이 훌륭한 캐스팅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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