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이식된 기억으로 테러에 맞선다 <크리미널>
김성훈 2016-06-22

런던. CIA 정보요원 빌 포프(라이언 레이놀즈)는 반정부 테러 조직에 쫓기는 신세다. 더치맨이라 불리는 해커 얀 스트룩(마이클 피트)이 미군 긴급 지휘 통제 시스템인 ‘비질런트 쉴드’를 해킹한 뒤, 그걸 CIA에 되파는 조건으로 미국 망명과 영주 여권을 요구한다. 미군의 모든 미사일이 발사될 수 있는 위험 상황인 까닭에 CIA는 얀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다. 조직의 명령을 받은 빌은 돈과 망명 여권이 든 가방을 들고 얀을 만나러 가는 길에 테러 조직에 붙잡혀 죽임을 당한다. ‘모든 정부는 무너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이 반정부 테러 조직은 비질런트 쉴드를 가로채 세계 규모의 혁명을 일으키려고 한다. CIA 런던 지국장 퀘이커 웰스(게리 올드만)는 비질런트 쉴드가 테러 조직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죽은 빌의 뇌를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이식해 테러 조직보다 먼저 얀을 찾아내려고 한다. CIA는 감옥에 수감 중인 제리코(케빈 코스트너)를 뇌이식 수술 대상자로 선택하고, 뇌과학 권위자 프랭크(토미 리 존스)는 빌의 뇌를 제리코에게 이식한다.

죽은 사람의 뇌를 살아 있는 사람에게 강제로 이식한 뒤 죽은 사람의 기억을 끄집어내 테러를 막는다는 설정은 윤리적으로 꽤 아슬아슬하다. 빌의 뇌를 이식받은 제리코는 빌의 기억 때문에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빌의 집에 갔다가 빌의 아내 질리언(갤 가돗)과 딸 엠마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자신도 모르게 CIA 보안 코드를 생각해내고, 카페에서 구사할 줄 몰랐던 프랑스어로 메뉴를 주문한다. 하지만 영화는 점점 빌이 되어가는 제리코를 통해 이같은 뇌이식 수술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윤리적인 질문을 던지는 데 관심이 전혀 없다. 위험에 빠진 질리언과 엠마를 구하는 일이나, 반정부 테러 조직과 맞서는 일에 유사 CIA 조직요원으로서 제리코를 활용할 뿐이다. 사회에서 더이상 쓸모가 없어진 그가 뇌이식 수술을 통해 다른 사람이 되어 세계를 테러 위험으로부터 구하려고 하는 건 윤리적으로 올바른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