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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려움 속에 퍼져 울리는 총성 <사냥>
이화정 2016-06-29

산에서 우연히 금맥을 발견한 동근(조진웅)은 엽사 무리를 조직해 산에 오른다. 사냥꾼 기성(안성기)이 그 낌새를 채고 무리들을 쫓는다. 수년 전 탄광 붕괴 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기성에게 산은 트라우마의 근원지이자 애증의 대상이다. 발견한 금맥을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다는 이기심에서 시작된 총성은, 곧 죽고 죽이는 추격전으로 변모한다. 기성은 하필 그때 산에 올라 동근의 위협에 노출된 이웃 소녀 양순(한예리)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한다. 산 아래 ‘입산금지’라는 팻말이 산을 외부와 단절시키고, 산에 오른 이들은 이제 자신들만의 아귀다툼을 시작한다.

<사냥>의 산은 한번 올라온 이상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갇힌’ 공간이다. 총성과 함께 산 아래 경찰(손현주) 수사팀이 올 때까지 벌어지는 16시간 동안의 살육을 그린다. 좇아온 ‘금’이 자본주의의 메타포가 되고 그것에 일확천금의 꿈이 투영되지만, 이들을 극단으로 내모는 이유가 단순히 그런 욕심만으로는 설명되지는 않는다. 마침 수많은 탄광사고 희생자의 기일이기도 한 날. 비극의 근원은 산에서 겪는 공포로 인해 증식되는 인간의 두려움이다. <최종병기 활>(2011)을 함께했던 김한민 감독과 박종철 촬영감독이 각각 각색, 제작과 촬영을 맡으면서 속도감 있는 추적극이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추격전의 중심이 어두운 인간 내면에 더 치중해 다소 발목을 잡히는 인상이다. <첼로: 홍미주 일가 살인사건>(2005)을 연출한 이우철 감독의 작품. 악의 중심축으로 1인2역 쌍둥이 역을 한 조진웅, 액션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한 안성기의 대결 구도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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