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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공정성과 다양성 고려한 구체적인 분류기준 필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시장지배적 상영사업자들은 상영영화의 스크린 수 배정기준을 ‘프로그램 편성 원칙’(이하 편성원칙)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하고 있다. 편성원칙의 공개는 2014년 10월1일, 영화 관련 단체와 상영 및 배급 관련 주요 기업, 그리고 정부 관계자가 모여 체결한 ‘영화 상영 및 배급 시장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협약’에 따른 것이다. 협약 참가자들은 “상영환경을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조성하기 위하여 상영영화의 스크린 수 배정에 관한 기준을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사업자마다 분량과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편성원칙의 세부 내용은 비슷하다. 편성원칙은 크게 개봉 전과 개봉 후의 원칙으로 구분되며, 각 편성원칙에는 프로그램 자체 정보, 프로그램 선호도 정보, 내부 시스템 분석 정보, 외부 환경 분석 정보 등이 포함된다. 개봉 후 편성원칙이 개봉 전 원칙과 다른 점은 실제 개봉 실적이 추가되는 것 정도다. 상영사업자들은 편성원칙 공개로 스크린이 보다 투명하게 편성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실제 공개된 편성원칙은 ‘스크린 수를 배정할 때 최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고 있다’는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원칙’이나 ‘기준’이라는 단어가 동원되고 있지만 수집하는 정보의 종류들이 나열 되어 있을 뿐이며, ‘공정한’ 혹은 ‘다양한’이라는 수사가 등장하지만 공정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는 없다. 그래서 이 편성원칙은 현실의 스크린 배정 결과를 설명하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원칙이라 부르기에 모자라다.

시장지배적 상영사업자들이 진정으로 상영환경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원칙을 세우고자 한다면 지금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공정성과 다양성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상영영화의 ‘분류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분류기준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공정성과 다양성의 방향이 정해질 것이다. 그리고 각 분류에 해당하는 영화들의 ‘편성기조’와, 좀더 나아가자면 ‘편성비율’도 마련되면 좋겠다. 편성기조와 편성비율은 강제성이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사업자의 실천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더 나은 상영환경을 조성하는 실제적 기반이 될 것이다. 사업자마다 다른 분류기준과 편성기조, 편성비율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왕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조성에 힘쓰겠다면 선언과 작은 실천으로 그치지 말고, 보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