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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당신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태풍이 지나가고>
장영엽 2016-07-27

<태풍이 지나가고>

료타(아베 히로시)는 한때 문학상을 수상한 촉망받는 소설가였다. 하지만 그건 이미 15년 전의 영광일 뿐이다. 소소하게 번 돈마저 도박으로 탕진하는 그의 습관은 료타의 가정을 망쳤다. 이제 작은 사설탐정 사무소에서 근근이 돈을 벌며 살아가는 료타는 이혼한 아내 교코(마키 요코)가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남자가 아들 싱고(요시자와 다이요)의 삶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여전히 가족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만 자신의 처지 때문에 어찌할 수 없이 살아가던 여름의 나날들 가운데 오랜만에 온 가족이 료타의 어머니 요시코(기키 기린)의 집에 모이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날, 그해의 스물네 번째 태풍이 찾아온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다. 일견 평온해 보이는 가족간의 대화 사이로 그들 각자가 지닌 아픔과 상실의 감정이 드러나는, 전형적인 고레에다 스타일의 가족 드라마다. 다만 이 작품이 보다 주목하는 건 인생이 짐작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깨달음이다. 아버지의 미성숙함과 도벽을 싫어했던 료타는 어느덧 자기도 모르는 새 아버지의 모습을 닮은 가장이 되어 있다. 한번 깨진 가족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건 료타에게 요원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처럼 불완전한 인물을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마법 같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다시금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정도의 현실적인 위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세계 속에서 이미 익숙한 인물들, 아베 히로시, 마키 요코, 특히 기키 기린의 호연이 돋보인다. 영화의 원제를 직역하면 ‘바다보다 더 깊이’ 정도가 될 텐데, 이는 영화에 흐르는 등려군의 <이별의 예감>이라는 곡으로부터 비롯된 제목이다. “누군가를 바다보다 더 깊이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쩌면 이 가사는, 이 작품을 끝으로 가족 드라마는 당분간 연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한 시절을 마무리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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