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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부러운 일본 감독들
주성철 2016-07-29

올해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잘 즐기고 돌아왔다. <씨네2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데일리를 통해 만난 감독들 중 나카시마 데쓰야고이즈미 노리히로 감독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예전 에디토리얼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바로 두 감독이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몇해 전 한 해외 비평가가 ‘한국 감독들은 왜 그렇게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집착하는지’ 물어본 적 있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심지어 1위 <명량>과 2위 <국제시장>으로 시작하여 9위 <베테랑>과 10위 <괴물>에 이르기까지,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원작이 있는 영화가 단 한편도 없다(물론 <명량>의 원작은 이순신의 <난중일기>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건). 아마도 현재 세계영화계 전체를 놓고 봐도 이례적인 일일 것이다. 당장 상반기 한국영화만 봐도 그렇다. 이번 호에서 듀나, 박소미, 송형국 평론가의 3인 비평기획으로 다룬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그렇고, 역시 이번 호에서 박찬욱 감독이 인터뷰어로 나서준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도 그렇다. 상반기 한국영화 중에서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가장 극명한 예다. 그러면서 한국 감독들은 도대체 어떤 결핍과 오기가 있기에 기어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려고 하는 걸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반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치하야후루 파트1>과 <치하야후루 파트2>를 만든 고이즈미 노리히로 감독은 “대체로 일본 관객은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에 흥미가 없다”며 “거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드는 한국 감독들이 부럽다”고 했다. 일본 관객이 영화 자체에 관심이 있다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나 소설이 어떤 배우의 얼굴을 빌려,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는지 더 궁금해한다는 얘기였다. 특별전과 마스터클래스로 부천을 찾은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도 마스터클래스에서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현재 일본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으면 원작이 있는 걸 영화화할 수밖에 없다”고까지 말했다. 인기 원작을 놔두고 굳이 ‘자기 얘기’를 하려는 감독에게 투자자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굳이 그런 고민과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이름을 이시이 가쿠류로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다는, 역시 이번 부천을 찾은 이시이 소고 감독의 말도 퍽 의미심장했다.

다시 한국영화 얘기로 돌아가, 그들은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드는 한국 감독을 부러워했으나, 정작 뻔한 기획상업영화가 판치는 이 기이한 모순은 무엇인지, 걱정이 들었다. 거칠게 말해 그들은 일견 ‘원작 없는 영화’가 ‘개성적 영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 같은데, 실상은 정반대인 것이다. 어쨌거나 한때 이시이 소고의 <역분사 가족>(1984)과 <꿈의 미로>(1997)를 보며 열광했던 사람으로서 묘한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꿈의 미로>는 부산국제영화제 20년의 시간 동안 개인적인 베스트10 언저리에 놓일 영화다. 이번 호 국내뉴스로도 다뤘듯이(12쪽 참조) 드디어 힘들게 정관 개정안이 통과됐고, 영화인들의 의견차는 존재한다. 앞으로 어떤 국면으로 펼쳐질지 자못 궁금하다. 아무튼 올해 부산에서도 변함없이 그런 매혹과 발견의 시간을 누릴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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