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 <덕혜옹주>
김성훈 2016-08-03

<덕혜옹주>

덕혜옹주는 고종황제의 외동딸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다. <덕혜옹주>는 그녀의 삶을 그린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강제 국권피탈(1910) 이후, 이완용을 포함한 친일파들은 고종(백윤식)을 노골적으로 궁지에 몰아넣는다. 어느 날, 고종은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이완용의 수하인 한택수(윤제문)는 영친왕(박수영)을 설득해 덕혜옹주(손예진)를 일본에 강제로 유학 보내기로 한다. 조선인들에게 사랑받던 그녀가 일본과 친일파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까닭이다.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떠나게 된 덕혜옹주는 유모인 복순(라미란)과 함께 새장에 갇힌 새 같은 삶을 살아간다. 그때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김장한(박해일)을 만나고, 장한이 자신을 오랫동안 찾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독립운동가 장한은 대한제국 황실 근위대장이자 독립운동가의 수장인 김황진(안내상), 동료 복동(정상훈)과 함께 영친왕과 덕혜옹주를 상해임시정부에 망명시키려는 계획을 꾸민다.

영화는 일본에서 유배된 삶을 살고 있는 덕혜옹주와 그녀 곁을 지키며 그녀를 고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애쓰는 장한의 사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허진호 감독은 시대극이 가진 스펙터클을 전시하는 대신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덕혜옹주와 장한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내는 데 공을 들인다. 주인공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갈 때 관객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법인데, 그 점에서 이 영화에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는 덕혜옹주보다 장한이다. 새장(일본)에 갇혀 일본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덕혜옹주의 삶이 가련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덕혜옹주를 일본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장한에게 더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공주(덕혜옹주)와 보디가드(장한)의 멜로드라마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다. 인물의 감정이 사건을 끌고 가는 이야기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그중에서 친일파 한택수를 맡은 윤제문은 시종일관 덕혜를 괴롭히며 이야기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니 눈여겨볼 것. <덕혜옹주>는 허진호 감독이 <위험한 관계>(2012) 이후 4년 만에 충무로에 복귀한 작품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