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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재능과 99%의 자신감 <플로렌스>

<플로렌스>

1944년 뉴욕의 사교계, 음악을 사랑하는 상속녀 플로렌스 포스터 제킨스(메릴 스트립)가 자신이 설립한 베르디 클럽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오페라의 오랜 팬이자 자신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믿고 있는 그녀는 훌륭한 오페라 가수를 꿈꾼다. 하지만 그녀는 심각한 수준의 음치다. 매니저이자 남편인 싱클레어 베이필드(휴 그랜트)를 중심으로 주변의 인사들은 이 사실을 철저하게 숨긴 채 그녀가 자신의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도록 배려한다. 새로 선발한 젊은 피아니스트 코스메(사이먼 헬버그)와의 연습이 이어지던 어느 날, 플로렌스가 돌연 카네기홀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선언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공연은 플로렌스에게 인생 최대의 도전이 되지만 싱클레어에게도 그 점은 마찬가지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플로렌스>의 이야기는 이미 한 차례 각색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참신함을 잃은 소재인지 모른다. 하지만 실화와의 거리로 보자면 이번 영화는 2015년작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보다 우위에 있다. 상업적 측면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카네기홀 리사이틀’을 중심으로,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은 비현실적인 현실의 패러독스를 완벽하게 할리우드의 감각으로 재구성해낸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천진난만한 노부인의 캐릭터와 휴 그랜트가 보여주는 미워할 수 없는 속물의 남성상, 사이먼 헬버그가 지닌 괴짜성은 서로 괜찮은 균형을 이루어 영화 전체에 희극적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런 면에서 영화를 ‘노래는 못하는 가수의 전무후무한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이라 받아들여도 될 것이다. 비록 주제와 대비되더라도, 극의 역설적 아름다움이 내면보다 표피에서 더 잘 살아난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특히 음악과 미술에서 이 점은 두드러진다. 잘하고 싶은 것을 최악으로 드러내는 잔혹한 현실이 키치적이면서 부르주아적인 세트를 통해 정교히 완성되며,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이 원곡을 훼방하지 않는 선에서 귀를 즐겁게 해준다. 카네기홀 장면은 런던의 음악공연장 ‘해머스미스 아폴로’에서 촬영되었다고 전해지며, 40년대 뉴욕의 길거리는 영국의 리버풀에서 촬영된 결과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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