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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현장 밀착형 영화교육 기관 취지 살리려면 부산 이전 재고해야
조종국 2016-08-26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홈페이지의 진흥사업 공지사항 게시판이 화제다. 조회 수가 다른 게시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게시물이 있다는 것이다. 조회 수가 보통 몇백회이거나 제작지원 관련 발표의 경우도 많아야 2천~3천회 정도인데, 무려 5520회(8월24일 현재)인 ‘2017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신입생 모집 공고’에 무슨 ‘사연’이 있느냐고 몇몇이 물어왔다.

영화계 인사들은 이번이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영화아카데미)가 “부산으로 이전하기 전에 신입생을 선발하는 마지막 전형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표된 계획대로라면 영화아카데미는 2018년 신입생부터 (서울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부산에서 유학’해야 한다. 따라서 영화아카데미 입학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이들이 이번 모집 공고에 주목하고 대거 지원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짐작이 설득력 있다.

영화계는 영화아카데미가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이 탐탁지 않다. 영진위야 부산에 있어도 영화계에 큰 지장이 없는 ‘행정기관’이지만, ‘현장 밀착형 실습 영화교육’이 특장점인 영화아카데미의 부산 이전은 영화 현장과의 괴리 등 부실로 이어질 여러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머지않아 부산시에서 추진한 ‘아시아영화학교’가 문을 연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학교 사업’은 2013년 부산시가 한 국회의원을 앞세워 편법으로 영화발전기금에서 25억원을 빼내는 것에서 시작됐다. 국비 유치를 목적으로 확보한 예산으로 벌인 기형적인 사업이다. 아시아영화학교의 미래는 두고 볼 일이지만 ‘영화아카데미 이전을 대하는 그동안의 부산시의 자세’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도 상당히 큰 위험 요소다. 2013년 10월 영진위가 부산으로 이전한 후 영화아카데미는 서울에 남기 위해 나름대로 저항을 하기도 했으나 지금으로서는 ‘법령과 정부 방침’에 따라 부산 갈 이삿짐을 싸는 것 이외 다른 방도가 없다고 체념한 듯하다. 영화아카데미는 외형보다는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민간에서는 할 수 없는 ‘고비용 저효율’인 교육기관이다. 영화아카데미의 역사와 전통, ‘가치와 학풍’을 온전하게 옮겨서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부산에 가지 않을 방법을 적극 찾아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의 한마디면 뭐든 하는 나라에서 영화아카데미를 부산으로 이전하라는 법령과 정부 방침을 뒤엎는 일 따위는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