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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드레곤플라이
2002-04-02

시사실/드레곤플라이

■ Story

병원의 응급의학과장인 조(케빈 코스트너)는 적십자단의 일원으로 베네수엘라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아내 에밀리(수잔나 톰슨)가 자동차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6개월이 지나도록 그녀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지만 승객 대부분이 사망한 탓에 조 역시 그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믿게 된다. ‘만일 내가 죽으면 가까운 사람들을 지켜달라’는 아내의 말에 따라, 조는 에밀리가 맡고 있던 소아종양학 병동 환자들을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심장이 잠시 멈추는 위기를 겪었던 제프리라는 소년이 잠시 들른 사후세계에서 에밀리를 만났다고 조에게 말한다.

■ Review 남편에게 무언가 중요한 사실을 알려야 하는 아내는 저승의 계단으로 오르는 아이들을 도로 내려보내며 메시지를 전한다. 이것만으로 불충분하다고 믿었던 아내 에밀리는 자신의 주술적 상징이었던 잠자리를 이용해 남편 조와의 교신을 꾀한다. 그녀는 잠자리 모양의 문진을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창문으로 잠자리를 날려보낸다. 하지만 그녀가 아이들과 잠자리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좀처럼 해독하기 어렵다. 내세를 체험한 아이들이 그리는 꼬부라진 십자가 모양이나 그녀가 있다는 무지개 너머 세상에 관해 조는 아는 바가 없다. 때문에 조는 죽은 자와 교신을 한다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할 뿐 아니라, 아내가 던져준 메시지의 의미를 알아내야 하는 이중의 장벽과 맞선 셈이다.

“믿음이 있으면 내세도 체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드레곤플라이>는 이승과 저승의 머나먼 경계까지 넘어서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틀을 빌려 그리는 영화다. <식스 센스>만큼 기막힌 반전은 갖추지 못했지만, 심리스릴러로서는 큰 흠을 잡을 수 없을 만큼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사랑하는 사람이 보내는 절박한 메시지가 초자연적 현상이라는 공포스런 외피를 통해 나타난다는 설정은 매력적이다. 이들 공포스런 상황을 극복하는 대신에 보듬어 안아야 하는 조의 처지는 애처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야기의 짜임새는 허술한 편이다. 종이로 고이 싸서 이사 박스에 들어가 있던 문진을 도로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녀가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만 던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깨진 화분 위에 굽은 십자가를 그릴 수 있다면 아예 글자를 써서 알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특별한 복선도, 큰 반전도 없이 평이하게 도달한 결말도 아쉬운 부분. <라이어 라이어> <패치 아담스>를 만든 톰 섀디악 감독은 휴머니티가 담긴 공포영화라는 독특한 작품을 시도했지만, 야무지게 다듬어내지 못한 탓에 범작을 벗어나진 못했다. 문석 sso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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