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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배틀로얄
2002-04-02

시사실/배틀로얄

■ Story

실업과 폭력에 몸살을 앓는 신세기의 일본, 정부는 청소년을 강인하게 훈련하기 위해 BR 법안을 통과시킨다. BR은 엄선된 한 학급의 아이들이 3일 동안 최후의 한명만 남을 때까지 서로 죽여야 하는 법안. 열다섯살 소년 슈야(후지와라 다쓰야)는 마음에 두고 있던 친구 노리코(마에다 아키), 정체불명의 전학생 쇼고 등 42명의 급우들과 함께 무인도에 갇혀 살인게임을 시작한다.

■ Review

<배틀로얄>은 1999년 다카미 고순의 동명소설이 출판됐을 때부터 충격과 논란을 불렀던 작품이다. <배틀로얄>이 묘사한 미래의 가상 국가, 열몇살 어린아이들이 정부의 정책에 휘말려 게임을 하듯 서로를 죽이는 세계는 이미 기성세대의 수용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도발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발 앞선 순응이기도 했다. <의리 없는 전쟁> 등을 연출한 액션영화의 대가 후카사쿠 긴지는 이 소설이 그대로 일본의 현실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직감했고, 배경을 아예 일본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열다섯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15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도 이 영화에는 너무 관대하다며 반대하고 나선 일본 정치인들처럼, <배틀로얄>은 아이들 눈을 가려 주고 싶은 영화인 것이 사실이다. 이 영화의 아이들은 게임에 던져지자마자 타고난 듯 살인을 저지른다. 친구의 목을 화살로 꿰뚫고 낫질도 서슴지 않으며 독극물과 기관총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심지어 남보다 일찍 성숙한 육체까지 미끼로 이용하는 생존력 강한 여학생마저 있다.

70대 노인답지 않게 요동치는 어린 폭력에 솔직하면서도, 70대 노인답게 가끔 감상적이기도 한 후카사쿠 긴지는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미군을 발견하는 즉시 사살하라”고 배웠던 태평양전쟁 당시 자신의 어린 시절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본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키보다 큰 기관총을 들고, 삶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죽음을 집행한다.

<고>의 히로인 시바사키 고와 <키즈 리턴>의 미소년 안도 마사노부, <사국>의 주연 구리야마 치아키 등 일본의 신선한 젊음이 총출동한 이 영화는 오히려 교사를 연기한 기타노 다케시의 무표정한 얼굴에 가깝다. 이처럼 섬뜩한 영화가, 감독판에 덧붙여진 서글픈 세곡의 레퀴엠이 있다 해도, 한국에서 무삭제로 개봉한다는 것은 정말 미스터리에 가까운 일이다. 김현정 para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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