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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선생님의 일기>

타이의 한 학교에서 일년 간격으로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선생님 두명이 각각 학교와 갈등을 빚다가 선상학교로 사실상 유배에 가까운 전근을 간다. 앤(레일라 분야삭)은 팔에 새긴 별 문신이 문제였고, 송(스크릿 위셋케우)은 철없는 행동으로 교장의 눈 밖에 난다. 앤이 남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하면서 떠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송은 우연히 앤이 두고 간 일기장을 발견한다. 그 일기장에는 선상학교에 부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남자친구와의 갈등을 비롯하여 그녀가 겪은 외로움과 좌절, 자기최면 등이 기록되어 있다. 송에게 앤의 편지를 읽는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과가 되고, 송은 학교 곳곳에서 앤의 흔적을 느끼며 미소 짓는 일이 늘어간다.

나의 외모가 아닌 내가 가진 생각만으로 나를 사랑할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글로 나와 생각이 통하는 이를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의 외모도 마음에 든다면? 어쩌면 이 두 가지 소망의 상호충족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서사만 놓고 본다면 보편적인 환상에 기댄 흔한 이야기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영화는 편집과 카메라워킹을 통해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 때부터 둘을 연결하면서, 관객이 이들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응원하도록 유도한다. 두 인물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일기장인 것도 독특한 점 중 하나다.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로 일기장 위에 표현된 타이어 활자는, 그 의미를 모르는 관객에게 의미 전달 이전에 감정을 전달하는 하나의 디자인으로서 기능한다. 타이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며 자국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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