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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스페어 핀을 처리할 단 한 번의 기회 <스플릿>
김성훈 2016-11-11

철종(유지태)은 한때 잘나갔던 볼링 선수다. 어떤 사고를 겪으면서 명예도, 가족도 한순간에 잃게 된다. 그래서 낮에는 가짜 석유를 판매하고, 밤에는 희진(이정현)이 주선해준 내기 볼링 시합에 나서며 살아가고 있다. 희진은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토우볼링장을 아버지의 제자 두꺼비(정성화)에게 저당잡힌다. 두꺼비는 한달 안에 3천만원을 갚지 않으면 토우볼링장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기겠다고 희진과 철종을 압박한다. 어느 날, 철종은 혼자서 볼링을 치고 있는 영훈(이다윗)을 발견한다. 폼은 우스꽝스럽지만 굴리는 볼링공마다 스트라이크를 기록해 사람들의 이목을 받는다. 철종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영훈을 자신의 파트너로 끌어들인다. 철종과 영훈 그리고 희진은 내기 볼링의 세계를 평정해나가다가 판돈이 큰 내기에 나선다. <스플릿>은 내기 볼링의 외피를 두른 성장영화다. 일면식이 없는 철종과 영훈, 둘의 유일한 공통분모는 볼링과 핸디캡이다. 철종은 사고 때문에 다리를 다쳤고, 영훈은 자폐 성향 때문에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두 남자가 서로의 파트너가 되어 내기 볼링에 나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한다. 영화는 내기 볼링의 자극적인 요소를 부각하기보다 철종과 영훈이 왜 내기 볼링에 나설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데 공들인다. 볼링 시합을 통해 인물들을 묘사하는 솜씨가 효율적이고 노련하다. 파마 머리를 하고, 수염을 길러 빈틈 많은 철종을 보여준 유지태도 신선하지만 이다윗은 반복된 행동과 표정만으로 영훈의 숨겨진 사연까지 설득력 있게 표현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성장영화로서 드라마가 차곡차곡 구축됐다면 볼링영화로서 시합 장면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볼링공을 들고 준비하는 선수, 레인 앞에 서 핀을 바라보는 선수의 표정, 스텝을 밟은 뒤 볼링공을 레인에 굴리는 선수를 차례로 보여주는 TV 중계방송과 달리 <스플릿>은 다양한 화면을 활용해 시합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볼링공이 레인 위를 굴러가는 소리, 볼링공이 핀과 부딪혔을 때 나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은 마치 볼링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스플릿>은 최국희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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